탕핑족 이어 ‘뒷짐진 쥐’…경쟁 내몰린 中 청년들 절망감 표시의 진화

기사등록 2026/06/29 15:09:07

중국청년보 “지쳤지만, 쓰러지지 않겠다는 청년들 의지 표현”

‘주머니쥐가 왜 청년들 마음 대변했나…핵심은 강렬한 대비

‘주머니쥐’가 전하는 생존을 위한 지혜…“압박 속 전략적 숨 고르기”

[서울=뉴시스] 중국청년보가 29일 소개한 ‘뒷짐 진 주머니쥐’와 청년들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말들을 나타낸 밈.(출처: 중국청년보) 2026.06.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29일 청년들의 자조적인 발언을 표현하는 ‘뒷짐진 주머니쥐’에 담긴 청년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장문의 평론을 실었다.

다양한 자세를 한 아홉 마리의 쥐 사진과 함께 “나는 종종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생각한다” “내일에 관한 일은 모레 알게 된다” 등 청년들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말들도 함께 소개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밈(온라인상의 짧은 유행 콘텐츠)을 모아 놓은 것이다.

◆ “지쳤지만, 쓰러지지 않겠다”는 청년들 의지 표현

신문은 과거 인터넷 유행어들처럼 새로운 말이 나오면 사라지겠지만 청년들의 자기 보호를 위한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인정한다”가 아니라 “비록 지쳤지만, 쓰러지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 언급한 인터넷 유행어로는 대표적으로 탕핑족(躺平族)과 네이쥐안(内卷)이 있다.

탕핑족은 경쟁 사회에서 성공을 포기하고 생계유지만 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것으로 바닥에 평평하게 드러누운 사진 등을 SNS에 올렸다.

‘안으로 말려들어 간다’는 뜻의 네이쥐안은 성장을 멈춘 채 내부에서 서로 갉아먹는 경쟁을 의미하는 사회학 용어 ‘인볼류션(involution)’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적인 과열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과 절망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은 최근 ‘뒷짐진 주머니 쥐’ 밈이 ‘네이쥐안’에 반대하는 문구와 함께 SNS 샤호훙슈, 빌리빌리, 위챗, 웨이보 등을 휩쓸며 수많은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밈의 폭발적 인기 현상에 담긴 청년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주목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내일 일은 모레 알게 된다” 청년들의 압박감과 모순 등 담겨

신문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뒷짐 쥔 쥐’가 대변하는 말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우리 업계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건 바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내일 일은 모레 알게 된다” “이 안을 열 번이나 수정했는데, 최종 결정은 첫 번째 버전을 쓰되 열한 번째 버전인 척 하는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은 반드시 쓸모가 있는 법, 쓸 수 있다면 안 쓸 거야”

‘주머니쥐체’ 문구는 청년들이 직장에서 말하고 싶지만 말하기 어려운 진정한 마음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청년들은 압박에 직면했을 때 유머와 자조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되 정면으로 맞서지도 않고 완전히 순응하지도 않는다.

내면의 반자율과 반순응, 반망설임과 반확신 등 모순되고 뒤얽힌 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시적 회피’ ‘적절한 한 발 물러서기’ ‘온화한 거절’ 등으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 작은 ‘주머니쥐가 왜 청년들 마음 대변했나…핵심은 강렬한 대비

청년들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왜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주머니쥐’가 등장했을까.

신문은 폭발적인 인기의 핵심이 강렬한 대비라고 했다.

주머니쥐는 겉모습은 어리버리하고 해롭지 않으며 타고난 ‘죽은 척’ 실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에게서 볼 수 있는 ‘손을 등 뒤로 깍지 낀’ 자세를 했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속은 사실 연약하다’는 폭소를 자아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진퇴양난에 빠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억지로 기운을 내 침착한 척해야 하는 현실적인 처지를 보여준다.

표정은 멍하지만 왠지 모르게 여유로운 작은 동물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겪는 순간적인 심리 상태를 정확히 짚어냈다고 할 수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 AI 도움 다양한 변형 이미지 대량 생성이 폭발적 인기의 한 요인

기존의 태그형 밈과 달라진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샤오홍슈, 위챗 등에서 사용자가 AI 그림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변형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의 도움으로 청년들의 자조적 담론은 새로운 질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뒷짐진 쥐’는 마치 “이 정도면 됐어”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아” 등 소극적인 인생 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포기하고 모든 것을 체념하는 것”만이 아니다.

중국인민대 중국조사·데이터센터가 18~35세 청년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천만 명의 청년들이 ‘윗몸 일으키기식 분투’의 일상을 겪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자”와 “정말 더는 하고 싶지 않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입으로는 “그만두자”라고 외치지만 몸은 여전히 성실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뒤짐 진 쥐’는 바로 청년들이 실제 직장 생활에서 겪는 모순된 처지와 갈등하는 심리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 ‘주머니쥐’가 전하는 생존을 위한 지혜…“압박 속 전략적 숨 고르기”

자연계의 ‘주머니쥐’는 위험에 처하면 즉시 ‘죽은 척’ 하지만 이는 단지 생존을 위한 지혜다.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주머니쥐의 진정한 회복력과 힘이다.

‘주머니쥐’ 생존법이 전달하는 것은 소극적인 세속 혐오도, 더구나 이유 없는 포기도 아니라, 일종의 능동적인 단기 생존 전략이자 극심한 압박 속에서 취하는 전략적인 숨 고르기이다.

지쳤지만 멈출 엄두를 내지 못하고, 피곤하지만 물러설 수 없으며, 긴장을 풀고 싶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고 있는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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