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3명 중 1명 외로움·불안·우울 겪어
초등 항우울제 처방 팬데믹 이후 2배 이상↑
"대응 예산 끊겨…돌봄 필요한 학생 방치"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심지어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안 벗는 학생도 있어요.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급식을 먹을 때에도, 마스크 아래쪽을 살짝 들어서 먹어요. 불안, 강박이 높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선생님끼리 '누구는 코로나 때 몇 학년이었잖아. 언어발달이 늦는게 보이는 것 같아'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나오는 상황이에요. 코로나로 언어 발달이 늦었던 친구들이 학습이 부진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게 또래들과의 관계 문제로 이어져요. 한두 명이 아니니 선생님들이 손 쓸 수가 없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청소년 3명 중 1명꼴로 외로움·불안·우울을 겪고, 코로나 당시의 연령이 낮을수록 더 심각한 양상이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지원은 부재한 상황이다.
28일 '2025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의 마음건강 항목을 보면 청소년 33.9%는 '이유 없이 외로운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유 없이 불안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32.4%, '이유 없이 슬프거나 우울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였다.
대체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의 응답률은 코로나 이후 확연히 늘었다.
불안을 느끼는 초등학생의 응답 비중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8.1% 수준이었으나, 2021년 20.3%, 2022년 23.7%, 2023년 24.5%, 2024년 25.1%로 치솟았다.
10%대 후반에 머물렀던 외로움에 대한 응답률도 2020년 이후 크게 증가해 2024년 26.5%를 기록했으며, 우울함에 대한 응답 역시 2024년 24.2%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제 코로나19 전후로 우울증 진료 청소년은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5년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방문한 청소년은 43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2021년(27만4000명)보다 57.3% 증가한 수준이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초등학생(7~12세)은 3만8303명으로 2021년(1만8769명)의 2배 이상 늘었다.
교사들은 코로나 시기 비대면 수업을 한 학생들에게서 문제 행동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늘어난 반면,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출석거부율이 올라가고 급기야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고등학교 학업 중단율은 2020년 1.1%까지 낮아졌으나 2021년 1.5%, 2022년 1.9%, 2023년 2.0%, 2024년 2.1%로 4년 연속 상승했다.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숙려 기간을 주는 학업중단숙려제 참여 학생은 2021년에는 2만 5414명에서 2024년에는 1만9946명으로 줄어들고, 숙려제 참여에 따른 학업 지속률(복귀율)도 2021년 79.6%에서 2024년 66.8%까지 떨어졌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선생님들은 코로나19 이후 행동이 조절되지 않는 학생들이 훨씬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며 "특히 코로나19 당시 나이가 어렸던 아이들은 관계를 맺고 갈등을 푸는 방식을 배우지 못하고 여기에 학업 중압감이 추가되면 학교를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관련 예산은 기존의 학생 마음건강 예산에 통합돼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필요한 마음돌봄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상담교사 A씨는 "코로나가 끝났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들이 기존 학생마음 건강 사업으로 통합돼 사실상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초학력이나 늘봄교실 같은 굵직한 사업들에 밀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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