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월드컵 주요 후원사였던 일본 기업들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최근 한국, 중동, 중국 기업들의 로고가 월드컵 경기장을 채우고 있다.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빅터(JVC·현 JVC켄우드), 후지필름,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월드컵 주요 후원사로 활동하며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월드컵을 적극 활용했다.
당시 한 일본 전자업체 전직 임원은 "월드컵은 개발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폭넓은 계층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다"며 "홍보 효과는 올림픽이나 다른 스포츠 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소니를 마지막으로 세 차례 연속 FIFA 후원사 명단에서 사라졌다.
빈자리는 중동과 중국, 한국 기업들이 채웠다. 이번 대회 후원사 명단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카타르항공, 중국의 레노버와 하이센스, 한국의 현대자동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월드컵 후원에서 물러난 배경으로 사업 구조 변화와 엔저 현상을 꼽았다. 매체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TV 등 소비자 대상(B2C) 사업을 축소하고 시스템 개발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중심으로 무게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후원사였던 도시바는 2010년대 가전 부문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고 현재는 송배전 설비와 사회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도시바 TV 브랜드였던 '레그자'(Regza)는 이번 대회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사업 운영 주체는 중국 하이센스다.
소니 역시 TV 등 전자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FIFA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소니그룹 산하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즈는 2024년 FIFA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자동 판정 시스템과 경기 데이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엔화 약세로 달러 기준 후원 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일본 기업들의 후원 참여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됐다.
오이 요시히로 와세다대 준교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지 않게 됐다"며 "향후 인도나 동남아시아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면 일본 기업들이 다시 후원사 참여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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