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휘발유값 갤런당 4달러선 웃돌아
전쟁 전 3달러 미만 회복, 2027년 가능성
"물가 완화 효과, 중간선거 뒤에나 올 수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이란전 예비 합의로 중동 지역의 전투가 일단 멈춘 듯 보이지만, 미국 가계와 기업을 압박해 온 고물가와 공급망 차질은 단숨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 미국의 군사 개입이 짧게 끝나고 경제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쟁은 3개월 넘게 이어졌고, 그 사이 미국 경제에는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 공급 부족이라는 부담이 쌓였다.
미국 내 휘발유값 부담도 여전하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5일 현재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선을 웃돌았다. 전쟁 중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1년 전보다 갤런당 약 1달러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이르면 미국인들이 “휘발유와 석유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경제 정상화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지만, 전쟁 기간 쌓인 선박 정체와 물류 지연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5월 들어 다시 빨라졌다. NYT는 물가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최근 3년 사이 가장 빠른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쟁의 경제적 파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경제가 양호하며 이란전의 여파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질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합의 조건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휴전이 실제로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나이틀리는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쟁 전 수준인 갤런당 3달러 미만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2027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시점도 그 무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실질적인 물가 완화 효과가 11월 중간선거 이후에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시간표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전쟁 대응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관련 발언을 두고 “현실감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감세 정책과 고용 호조, 금융시장 상승을 앞세워 경제 성과를 부각하려 해 왔다. 실제로 미국 고용시장은 지난달 일자리가 17만2000개 늘어나는 등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하지만 이란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인플레이션 둔화 속 성장’ 구도를 흔들었다.
조지프 라보르냐 SMBC 닛코증권 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황은 올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물가 둔화를 동반한 호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유가가 합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내려가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급격히 내려간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