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로 얼룩진 대회…'눈 찢기' 멕시코인들 시각은[인사이드 월드컵]

기사등록 2026/06/16 14:24:54

체코전서 한국인 유튜버 인종차별 당해 논란

현지인들도 맹비판 "정말 잘못된 행동"

'카잔의 기적' 이후 나아져…"한국은 '형제'"

[서울=뉴시스]멕시코 축구팬 '눈 찢기' 인종차별 논란…"공개 사과해야" (사진 = 서경덕 교수팀 제공)
[과달라하라(멕시코)=뉴시스] 하근수 기자 = 4년마다 돌아오는 '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개막 직후 인종차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명보호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치르고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2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구독자 661만명을 보유한 한국인 유튜버 '이노냥'은 셀프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던 중 뒷자리 멕시코 남성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양손 검지로 눈을 찢어 동양인을 비하하는 이른바 '슬랜트 아이(slant-eye)'였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던 시절 당한 것과 같은 제스처다.

분개한 멕시코인들은 가해자를 수소문했고, 남성이 할리스코주 토목공학회장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임을 밝혀냈다.

멕시코 정론지 엘 우니베르살은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한국인 유튜버에게 인종차별을 저지른 멕시코 남성이 사과의 뜻을 전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남성은 "멕시코를 찾는 외국인들이 편안함을 느끼길 바라지만, 나는 정반대 행동을 했다"며 "이는 개인적인 문제이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정식으로 사과했다.

[과달라하라(멕시코)=뉴시스] 하근수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팬 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블랑카(왼쪽) 씨와 루이스 씨. 2026.06.16. hatriker22@newsis.com
월드컵 취재를 위해 과달라하라에 도착한 지 2주 가까이 된 기자에게도 황당하고 분한 소식이었다.

멕시코인들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시내 중심부에서 한창인 FIFA 팬 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

월드컵 기간 기자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은 현지인들에게 과분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종차별은 민감한 주제이니, 기념사진을 요청하는 멕시코인에게 최선을 다해 '손가락 하트'를 선사한 뒤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친구와 함께 페스티벌을 찾은 블랑카(20)씨는 "(눈 찢기가 인종차별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정말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마리아호세(15)양도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모든 멕시코인이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스페인어가 서툰 기자가 번역기도 내밀기 전 분노를 표하는 팬들도 있었다.

오스카(45)씨는 엘 우니베르살 기사를 보자마자 '푸토(Puto)'라고 외쳤다. 해당 단어는 스페인어로 불쾌한, 곤란한, 비열한 등으로 쓰인다.

우고(40)씨는 엄지를 내리며 "우~"라고 야유하고 혀를 찼다.

[과달라하라(멕시코)=뉴시스] 하근수 기자=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24년째 생활 중인 교민 강선구 씨. 2026.06.16. hatriker22@newsis.com
2002년에 과달라하라에 정착해 24년째 생활 중인 현지 교민 강선구(46)씨는 현재 멕시코에선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기점이 됐다. 한국 덕에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하면서, 한국이 '에르마노(hermano·형제)'가 됐다"가 전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은 '카잔의 기적'으로 멕시코가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게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 것.

당시 멕시코인들은 한국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눈 찢기'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동양인 무시와 비하가 너무 심했다. 눈 찢기는 당연하고, '치노(Chino·중국인)'라는 얘기도 엄청 들었다"며 "K-문화도 굉장히 좋아하고 BTS(방탄소년단)도 다녀가면서, 이번 월드컵에선 몸소 달라진 게 느껴질 정도로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밴쿠퍼=AP/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진행 중인 '노 레이시즘(No Racism)' 캠페인. 2026.04.30.
한편 FIFA는 지구촌을 좀먹는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노 레이시즘(No Racism)'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FIFA는 슬로건으로 '듣고, 맞서고, 함께하라(Listen, Stand Up, Show up)'를 제시하며 "해당 캠페인은 축구계와 사회 전반에 걸친 인종차별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FIFA의 명확한 입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triker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