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경기로 늘린 월드컵, 4분의 1은 ‘폭염 경기’…선수도 관중도 더위와 싸운다

기사등록 2026/06/14 06:00:00 최종수정 2026/06/14 07:46:28

WWA "104경기 중 4분의 1, 열 스트레스 위험 조건"

FIFA는 32°C서 연기 검토…선수단체 권고 기준은 28°C

[멕시코시티=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연단이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6.06.12.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세계 축구 스타들이 그라운드에 오르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상대팀이 아니라 더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4경기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선수에게 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조건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2026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와 관중의 폭염 안전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으며, 국제축구계의 더위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한다. 북미에서 마지막으로 월드컵이 열린 1994년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화씨 약 1.3도(섭씨 약 0.7도) 올랐고, 이번 대회 개최 도시 가운데 과거 월드컵 경기를 치른 10곳에서는 6~7월 극한 더위 빈도가 평균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과학 연구단체인 월드웨더어트리뷰션(WWA)은 이번 대회 104경기 중 약 4분의 1이 선수에게 열 스트레스 위험을 줄 수 있는 조건에서 열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대회 경기 수는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도 40경기 많다.

선수의 더위 위험을 평가할 때 연구진은 일반 기온만 보지 않는다. 기온, 습도, 햇볕, 바람을 함께 반영해 사람의 몸이 열을 얼마나 식힐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활용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WBGT가 섭씨 26도에 이르면 선수에게 열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번 대회 104경기 중 약 4분의 1이 이 기준을 넘는 조건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5경기는 WWA가 ‘위험’ 기준으로 보는 WBGT 섭씨 28도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쟁점은 FIFA의 경기 연기 검토 기준이 선수 단체 권고보다 높다는 점이다. FIFA 지침은 WBGT 섭씨 32도에서 경기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선수노조와 미국스포츠의학회 등이 권고하는 섭씨 28도 기준보다 높다.

지난달 생리학자와 기후 전문가 등 과학자 21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서한을 보내 현행 폭염 안전기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수 휴식 시간을 늘리고 라커룸 냉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폭염을 피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겨울에 열렸다. 그러나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여름 대회로 치러져 폭염 문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템페=AP/뉴시스] 미국 남서부 지역에 이례적인 3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19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템페의 템페 타운 호수에서 관계자가 잔디를 깎고 있다. 2026.03.20.
FIFA는 선수와 심판, 관중, 자원봉사자, 운영 인력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FIFA 대변인은 고온 예보가 나오면 경기장별로 그늘막, 안개 분사 장치, 냉방 버스, 물 배포 확대 등 더위 대응책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후반 중간에 각각 3분간의 쿨링브레이크가 의무 적용된다. 야외 경기장에는 교체 선수와 스태프를 위한 냉방 벤치도 설치되며, 일부 경기는 낮 최고기온을 피하기 위해 저녁 시간대로 배정됐다.

포츠머스대 극한환경연구소의 마이크 팁턴 교수는 더운 환경에서 선수의 심부 체온이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 열탈진이나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온에서 열린 경기는 전력 질주 횟수와 이동 거리가 줄어드는 등 경기 강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종목에서는 이미 더위가 선수 안전 문제로 현실화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는 체코 테니스 선수 야쿠프 멘식이 4시간30분 넘는 경기 끝에 코트에서 쓰러졌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관중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애틀랜타, 댈러스, 휴스턴처럼 냉방 시설을 갖춘 경기장에서도 야외 응원 구역, 입장 대기 줄, 경기 뒤 거리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인파는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애미와 캔자스시티, 필라델피아 등 지붕 등 차광 시설이나 냉방 시설이 부족한 경기장에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노인, 어린이, 기저질환자는 어지럼증, 피로, 빠른 맥박, 경련 같은 초기 증상을 느끼면 즉시 그늘로 이동해 몸을 식히고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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