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산'
이를 기념해 부산 일대서 도심 축제 'BTS 더 시티 아리랑 - 부산' 열려
"어찌어찌 걸어 바다에 왔네 이 바다에서 나는 해변을 봐~♪♬"(방탄소년단 '바다' 중)
부산 앞바다의 푸른 스카이라인을 마주하면,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나온 시간의 궤적이 선명한 물결로 다가온다.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 땀 눈물로 채워 바다가 됐어"라던 수록곡 '바다'의 노랫말처럼, 청춘의 아련한 불안과 거기서 비롯된 뭉근한 위로는 국경을 넘어 팬덤 '아미(ARMY)'가 공통적으로 감각하고 연대하게 만드는 가장 단단한 정서적 지반이다. 한국 제2의 도시지만 해외 아미에겐 다소 낯설 수 있었던 부산의 바다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애틋하고 친숙한 풍경으로 치환된 이유다.
지난 12~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산'과 도시 전역을 수놓은 초대형 도심 축제 'BTS 더 시티 아리랑 - 부산'은 이 바다를 배경으로 쓰인 방탄소년단의 거대한 서사시였다.
광안대교 위를 수놓은 1000대의 드론 라이트쇼, 영화의전당 빅루프의 화려한 픽셀아트,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의 팝업스토어까지. 도시는 13주년을 맞이한 이들을 환대하며 거대한 테마파크로 변모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BTS노믹스'의 경제적 파급 효과나 지역 활성화만이 아니다. 그보다 깊은 본질은 이들이 형성한 공동체와 그 안에서 창출되는 가치다.
세계를 유랑하는 궤도 한가운데서 데뷔 13주년 당일인 6월13일을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이자 '제2의 고향'(RM)인 부산으로 '홈커밍' 정체성을 가져온 것은 하나의 고결한 윤리적 결단이다. 세계적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장소에 두 발을 딛지 않으면 결국 아무 데도 없는 유령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콘서트 첫 날 '마 시티'를 부르며 가장 지역적인 긍지를 세계적인 언어로 격상시켰다. 내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치열하게 묻고 기억하는 자들만이 타인의 슬픔과 기쁨에도 정확히 가닿을 수 있다. 기원을 지키려는 고유의 구심력이 마침내 세계를 끌어안는 원심력으로 치환되는 미학적 순간이다.
이번 부산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의 사적 감정이 어떻게 공적인 예술 향유로 확장되는지를 증명하는 장이었다. 과거 '바다'를 통해 공유했던 개인의 불안과 사적 고뇌는, 이제 '국가대표' 급 위상을 지닌 이들이 타인과 연대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진화했다. 팝업스토어와 콘서트장에서는 백인과 흑인, 유럽인과 아시아인, 노인과 청년 등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세계의 파편들이 부산이라는 공간 안에서 덩굴처럼 자연스럽게 엉켰다. 무대 위 멤버들의 사적인 진심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아름다움을 나누는 공적인 메시지가 됐다.
이번 콘서트 첫날인 12일 예기치 않은 약 75분의 지연이라는 아쉬운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균열을 메우고 축제를 온전히 지탱한 것은 그간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뮤직(하이브)이 빚어낸 생태계의 눈부신 성숙함이었다. 불평과 혼란 대신, 팬들은 같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묵묵히 서로의 시간을 지켜냈다. 타인과 함께 예술을 향유한다는 공동체의 감각 속에서, 양일 간 11만 명의 심장 박동은 흔들림 없이 하나의 진동으로 공명했다.
대중음악 평론가들 역시 가장 지역적인 것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부산 공연과 '더 시티' 프로젝트의 묵직한 상징성에 찬사를 보냈다.
'BTS 예술혁명'의 저자인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월드투어 중에도 한국, 그것도 멤버들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왔다는 것은 아무리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도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앨범 '아리랑'의 다짐과 궤를 같이한다"고 짚었다.
나아가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더 시티'를 통해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확장시켰다"며 "성공은 세계 시장에서 완성됐을지언정 정체성과 뿌리는 한국에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에 '서울'만이 아닌 '부산'이라는 거대한 인프라가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바다의 신기루를 피와 땀으로 빚어 진짜 바다로 만든 일곱 명의 청춘들. 이들은 자신들을 잉태한 부산 앞바다에서 다시금 가장 정확한 진심을 건네며, '스윔~' '스윔~' 세계를 향한 흔들림 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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