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러 제재안 공개…러시아 정교회 수장·군인도 입국 금지

기사등록 2026/06/10 14:04:49

에너지·금융·무역은 물론 인적 제재까지 강화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가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서 복무한 군인들의 EU 입국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금융·무역뿐 아니라 인적 제재까지 포함한 제21차 대(對)러시아 제재안 초안을 공개했다.

대러 제제안은 27개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거쳐 확정된다.
 
폴리티코 유럽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공개한 21차 대러 제재안 초안에 러시아군 전·현직 군인, 우크라이나 침공 참여자들의 EU 입국을 금지하는 구상을 담았다. EU 집행위가 러시아 군인의 입국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도이체벨레(DW)는 전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군에 복무한 모든 인원이 입국 금지 대상"이라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의 문이 러시아의 전·현직 전투원들에게 열려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로뉴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규정하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 대상자로 등재하는 방안도 21차 제재안에 담겨 있다고 했다.

EU는 2022년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 명단에 올리려 했지만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끌던 헝가리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페테르 머저르 신임 총리는 키릴 제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우랄유) 가격 상한(price cap)을 배럴당 44.10달러인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담았다.

EU는 우랄유 (Urals) 가격 상한을 평균 시장 가격보다 15% 낮은 수준으로 6개월 마다 자동 조정하고 있다. 우랄유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배럴당 87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으로 자동 조정시 러시아에 경제적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만큼 다음해 1월까지 자동 조정을 연기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뒷받침해 온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유조선 30척을 제재 명단(현재 632척)에 추가해 EU 항만과 해운 서비스 접근을 차단한다. 그림자 선단의 활동을 지원하는 항만·정유시설 등 기반 시설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러시아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판매를 금지하고 러시아산 원유 거래·정제에 관여하는 항만·공항·정유시설과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U 집행위는 러시아 은행 31곳과 러시아 자금의 우회 통로로 지목된 제3국 은행·암호화폐 기업·플랫폼·석유 트레이더 20곳에 대한 신규 제재를 제안했다. 러시아가 가상 자산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암호화폐 플랫폼 11곳과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EU가 러시사와 제3국에 위치한 90개 금융기관의 자산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러시아로 수출되는 금속·합금·드론(무인기) 부품 등에 추가 제한도 제안했다. 특히 고성능 합금과 분말형 니켈, 화학제품 등 군사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품목이 수출 제한 대상으로 지목됐다. 금속과 부품 등 러시아산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는 유지·확대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는 벨라루스가 대러 제재를 우회하는 '뒷문' 역할을 해왔다는 판단에 따라 벨라루스에도 같은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제재 회피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중국·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인도·키르기스스탄 소재 기업들도 제재에 포함됐다.

EU 집행위는 러시아산 대구의 EU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수산업에 대한 제재도 처음으로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며 "우리 제재는 러시아 전쟁 수행을 떠받치는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생활 수준 하락, 높은 인플레이션, 세금 인상 등은 EU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분명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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