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오늘 김택진·장병규 만난다…게임 거장과 '로보틱스 동맹' 그린다

기사등록 2026/06/07 08:00:00 최종수정 2026/06/07 08:04:11

7일 김택진 엔씨 대표·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연쇄 비공개 독대

방한 직후 "한국 다음 먹거리는 로보틱스"…'피지컬 AI' 큰 그림 시동

가상 공간 구현 역량 갖춘 게임사, 엔비디아 미래 로봇 사업 핵심 파트너로 주목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e스포츠 구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단을 만나서 ‘페이커’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늘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연쇄 회동을 갖는다. 게임업계 두 거장과 잇따라 마주 앉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피지컬 AI(물리 AI)'와 로보틱스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7일 복수의 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황 CEO는 오늘 두 사람과 별도 회동을 갖는다. 다만 구체적인 의제와 형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크래프톤 측 회동에는 장 의장과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장태석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 총괄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 "깜짝 선물 있다"…"한국의 다음 핵심 산업은 로보틱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했을 때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SK·현대차·네이버 등에 2030년까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황 CEO는 5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취재진에게 이번에도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한국에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아꼈다. 당장 선물 보따리는 열지 않았지만, 한국 투자 유망 분야로 '로보틱스'를 지목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황 CEO는 "특히 로보틱스가 한국의 다음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제조 기술과 AI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고, 이런 기술의 융합이 바로 로보틱스"라고 말했다. 한국 R&D 센터와 관련해서도 "이미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게임사 수장들과의 연쇄 회동도 이런 큰 그림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e스포츠 구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단을 만난 뒤 손을 흔들며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05. photo@newsis.com
◆ 엔씨, 게임서 쌓은 AI로 국방·조선 정조준

황 CEO가 말한 로보틱스의 핵심 동력이 바로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게임·시뮬레이션에서 쌓은 가상 환경 구현 기술을 로봇·무인체계 등 현실로 옮기는 기술을 뜻한다.

로봇이 현실에서 곧바로 시행착오를 겪는 대신 가상 공간에서 미리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지점에서 게임사의 역량이 주목받는다. '배틀그라운드'·'아이온' 같은 3차원(3D) 게임을 운영하며 다져온 공간 인식·캐릭터 행동 구현 기술이 현실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로봇 개발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로서는 게임사가 GPU·칩셋의 대형 수요처이자,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데이터·소프트웨어 파트너이기도 하다.

엔씨와 엔비디아는 2008년 '아이온' 그래픽카드 마케팅 제휴를 맺은 이후 오랜 기간 게임 분야에서 협력해 온 사이다. 최근 엔씨의 AI 자회사 NC AI는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ADD) 국책 과제를 수주해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월드모델' 개발을 총괄하고, 지난 4일에는 한화오션의 자율 용접 로봇 'AI 두뇌' 개발 과제까지 수주하며 국방·철강에 이어 조선 분야로 피지컬 AI 사업을 넓혔다. 김 대표와의 회동에선 기존 게임 협력에 더해 피지컬 AI·GPU 인프라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 크래프톤, 휴머노이드·온디바이스 AI로 '엔비디아 밀착'

[서울=뉴시스] 엔씨, 크래프톤 CI.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프톤은 김창한 대표가 지난해 4월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황 CEO와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올해 초 피지컬 AI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세워 로봇 두뇌를 개발 중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장 의장과의 자리에선 휴머노이드 연구·인프라 확보와 함께, 엔비디아가 'GTC 타이베이'에서 공개한 AI PC 'RTX 스파크'를 활용한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게이밍 AI 협업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CEO는 입국 현장에서도 RTX 스파크를 두고 "지난 40년간의 PC를 새롭게 재설계한 것"이라며 "PC 안에서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비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이미 엔비디아와 협력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캐릭터가 사람처럼 사고·행동하는 '스마트 조이'를 선보였다.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에는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플레이하는 AI 캐릭터 'PUBG 앨라이(Ally)'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기능 모두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에서 직접 연산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이어서, RTX 스파크 협업이 이런 시도를 한층 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엔비디아 B300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구축 계획도 밝혔다.

엔씨·크래프톤 입장에선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과의 회동 자체가 GPU 등 핵심 인프라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두 회동 모두 성사 여부와 의제가 확정되지 않았고 '깜짝 선물'의 실체도 공개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 계약이나 투자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업계에선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적 만남"이라는 신중론과 "게임을 넘어 로봇·방산으로 향하는 K-게임사의 변신을 가속할 분기점"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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