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가리는 현수막에 불편…"결국 쓰레기"
민원도 잇따라…5월 선거운동 1064건 접수
선거 문자·전화 폭탄에…"후보한테 반감만"
"소음 기준 현실화 시급…선거법 개정해야"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황민 인턴기자 = "아침 7시부터 로고송이 울려서 잠에서 깼어요. 선거철만 되면 도시 전체가 확성기 속에 갇힌 느낌이에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며 선거 열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거리 곳곳을 점령한 유세 차량과 현수막, 반복되는 선거 문자에 시민 피로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 빅데이터 민원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접수된 선거운동 관련 민원은 1064건이었다. 현수막 관련 민원이 2만135건으로 가장 많았고, 확성기 관련 민원도 551건 접수됐다. 지난 28일 하루 동안 접수된 유세 차량 관련 신고는 71건에 달했다.
시민들이 가장 먼저 불편을 호소한 건 도심 곳곳을 뒤덮은 선거 현수막이었다. 신호등과 도로 표지판, 건물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 때문에 보행과 운전에 불편을 겪는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난 29일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윤수원(67)씨는 "(현수막 때문에) 걸어다닐 때 신호등이 안 보일 때도 있고 운전 중 시야가 가려질 때도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결국 쓰레기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인 김모(40대 후반)씨도 "사거리마다 현수막이 너무 많아 지저분해 보인다"며 "독립문 쪽을 차 타고 지나가는데 현수막 두 개가 독립문을 아예 가리고 있어 '저런 곳에는 걸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불만은 유세 차량과 확성기 소음으로 이어졌다. 출근 시간 교차로와 횡단보도 인근에 유세 차량이 경쟁적으로 로고송과 연설을 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귀를 막고 지나간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0대)씨는 "사거리 모퉁이마다 유세 차량이 서로 볼륨 경쟁을 하는 느낌"이라며 "선거운동 자체는 이해하지만 볼륨을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관련 불만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사무실 안에서도 귀청이 떨어질 것 같다"며 "표를 모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깎아 먹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침 7시부터 로고송이 쩌렁쩌렁 울려 잠이 깼다"며 "왜 꼭 엠프를 크게 틀어 반경 전체를 울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가들 집 앞에서도 이렇게 틀 수 있느냐"는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찾은 서울 시내 유세 현장 곳곳의 소음은 90~100dB(데시벨) 수준이었다. 옆 사람과 대화가 쉽지 않았고, 전화 통화를 위해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유세 차량 확성장치의 허용 기준은 최대 127dB로, 현장 소음은 법적 기준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127dB은 일반적인 전투기 이착륙 소음(약 120dB)보다 높은 수준으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소음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선거 문자와 여론조사 전화도 피로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영등포구에서 만난 영업직 박모(30대 후반)씨는 "업무상 모르는 번호도 받아야 하는데 선거 전화일 때가 많다"며 "저녁에도 전화가 오고 하루 두세 통씩 문자가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다른 지역 후보 문자도 온다"며 "스팸처럼 무작위로 보내는 느낌이라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후보에 대한 반감이 생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활동이 집중되면서 시민 불편이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거운동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어 그 안에 활동이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가중되는 면이 있다"며 "불법적인 활동은 제한하되 선거운동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소음 데시벨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며 "시간대나 장소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하거나 데시벨 기준 자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온라인과 SNS 중심으로 유권자의 정보 습득 방식이 달라진 만큼 과거식 확성기 중심 선거운동도 변화한 환경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pic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