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이상 카드 연체율 13.12%…금융위기 이후 최고
카드 잔액 1조2500억달러…1분기 기준 역대 최대
평균 카드 금리 21%…최소상환액 내도 원금 줄지 않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에 밀려 신용카드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대형 병원에서 운영 책임자로 일하는 42세 캐서린 클라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봉은 19만4000달러에 달했지만, 체이스 사파이어 신용카드 잔액은 1만5000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는 매달 최소 상환액 572달러는 낼 수 있었지만, 카드 금리가 26%에 달해 원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클라크는 친구들과의 외출을 줄였고, 체육관 접수원으로 부업을 할 생각까지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신용카드 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13.12%로 상승했다. 이는 15년 만의 최고치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전체 신용카드 잔액도 불어났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카드 잔액은 1조2500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조1800억달러보다 증가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다.
카드 금리 상승도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카드 발급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용카드 평균 금리는 2022년 2월 14.6%에서 올해 2월 21%로 올랐다.
브라가는 식비와 주거비, 의료비가 모두 오르면 신용카드 대금을 갚을 여력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집이나 차, 공과금처럼 우선순위가 높은 지출을 먼저 처리하다 보면 신용카드 결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신용 상담기관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비영리 신용 상담기관 네트워크인 전국신용상담재단은 올해 1월 고객 수가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월평균 고객 수는 2018년보다 60% 많았다.
메인주 사우스포틀랜드의 의료보조원 멀리사 메기슨도 상담기관을 찾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한때 신용카드 잔액을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지만, 2023년 이혼 뒤 재정 안정이 흔들렸다.
제빵 취미를 위한 조리기구와 새 옷, 반려견 사료와 동물병원 진료비까지 카드로 결제하면서 빚은 빠르게 불어났다. 카드 한 장의 금리는 29%까지 올랐고, 9개월 만에 신용카드 잔액은 2만달러를 넘었다. 캐피털원 카드의 최소 상환액은 1600달러까지 뛰었다.
추심업체의 전화도 이어졌다. 메기슨은 직장과 집으로 거의 매시간 전화가 왔지만 갚을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집을 팔아 대부분의 빚을 갚고, 신용상담기관의 도움으로 카드사와 금리·월 상환액을 낮추는 상환 계획을 세웠다.
웨스트버지니아대의 스콧 슈 경제학자는 카드 잔액을 계속 안고 있는 사람들은 금리가 급등하면 큰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 상환액만 내면 신용카드 빚을 영영 갚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