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수용한 농협…외부 독립 감사위는 거부
농협 "인력 2배·1000억 부담…중복 규제 우려"
정부 "기존 조직 외부화 수준…비용 증가 적어"
막판 줄다리기…외부 감사위 절충안 조율 주목
농협은 감사위 설치가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별도 조직 신설에 따른 인력·운영비와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 등에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최근 특별감사 과정에서 내부 중심 감사체계의 한계와 견제 기능 미비가 드러난 만큼 외부 독립성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논의 중인 방안도 기존 감사조직을 외부 기관화하는 수준인 만큼 비용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농협 개혁이 첫발을 뗐지만, 독립 감사위 설치를 둘러싼 정부와 농협 간 입장차는 여전해 막판 협의 과정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은 전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발표한 강호동 회장 명의의 '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조합원 직선제를 열린 마음과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이 지난달 농협 개혁방안 중 하나로 제안했던 '187만명 조합원의 중앙회장 직접 선출 직선제 개편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개혁 핵심 축인 외부 독립 감사위 신설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전했다. 독립 감사위 설치에 따른 중복 규제와 인력·운영비 증가 등으로 경영 전반의 자율성과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협 측에 따르면 현재 농축협 감사를 담당하는 내부 조직은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조감위)다.
당정은 지난달 농협 개혁 법안을 발의하며 위원장 1인을 포함한 7인 체제의 외부 독립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고, 범농협 감사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회에 조감위를 두고 있지만 내부 임직원 출신 위주로 구성돼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내부 감사에도 소극적이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위원회는 농식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 1명과 기관 추천 위원 6명으로 구성되며, 농식품부·금융위원회·대한변호사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농협중앙회가 각각 추천권을 갖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인력·조직 확대에 따른 과도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조감위 감사 인력은 약 250명 수준인데, 당정안대로 외부 독립 감사위가 설치될 경우 위원회 산하에 범농협 감사를 전담하는 별도 실무 조직까지 새로 꾸려져야 하는 만큼 감사 인력이 최소 2배 이상(약 5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별도 사옥·전산 시스템·경영지원 조직 등이 추가로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할 경우 부대 비용만 1000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고 농협 측은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IT 등 기존 내부 자원을 활용하던 업무를 수행할 인력과 중앙회 자회사·출연기관 등에 대한 전담 감사인력, 독립법인 설립에 따른 기본 운영지원 인력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며 "증가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 IT 신규 개발비 등을 추산하면 약 1000억원 정도 추가 소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농협 측은 현재 농협 내부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 체계를 통해 관련 기능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 독립 감사위까지 설치될 경우 '중복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 계열사의 경우 이미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검사와 감독을 받고 있는데, 외부 감사위까지 신설되면 동일 사안에 대한 중첩 점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도 정부 부처와 감독기관의 검사·점검이 이뤄지고 있는데 별도 독립 감사기구까지 신설되면 관리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중복 규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측은 현재 논의 중인 외부 독립 감사위는 기존 조합감사위원회 기능을 사실상 외부 기관화하는 수준으로 설계되고 있는 만큼 농협이 주장하는 대규모 인력 증원이나 1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은 현재 중앙회 내부에서 운영 중인 조합감사위원회나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그대로 외부화해서 '농협 감사위원회' 형태로 옮기는 개념"이라며 "지금보다 돈이 더 많이 들지 않거나 현재 수준 정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앙회 추산 자료를 보면 인력 소요를 500명 이상으로 잡아놨는데 250명 규모로 운영하는 조직을 외부 기관화한다고 해서 500명이 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정부안도 당초 안보다 상당 부분 조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의됐던 당정안에는 농식품부와 금융위 추천 인사를 각각 포함하고 대통령이 감사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조가 담겼지만, 현재는 정부 추천 인사를 농식품부 추천 1인으로 축소하고 위원장도 외부위원 간 호선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농식품부는 최근 특별감사 과정에서 내부 중심 감사체계의 한계와 견제 기능 미비가 드러난 만큼 외부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전날 외부 독립 감사위 신설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정부와 농협 간 감사체계 개편 협의는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농협 측은 별도 외부 독립기구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내부 감사위원회 체계를 유지한 채 농식품부·금융위원회 추천 인사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외부 독립기구 설치 여부와 위원 구성 방식이 향후 협의의 최대 조율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농협 측은 현행 조합장 추천 몫을 축소하고 외부 추천 인사를 내부 감사위원회에 포함시키는 절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 관계자는 "외부 견제와 독립성 강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별도 조직 신설보다는 현재 체계를 보완·개선하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고려하면 내부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농협 측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독립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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