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최고가격제' 중인데…IMF "'선별적' 현금 지원이 바람직"

기사등록 2026/05/22 06:00:00 최종수정 2026/05/22 06:30:24

IMF, '에너지·식량 가격 충격 대응' 보고서 발표

"에너지 가격 일괄 인하시 차량·냉난방 더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층에 절대 금액 기준 지원 집중"

"저소득층엔 사회보장 체계 활용 '선별적 현금

지원이 가장 효율적…가격통제 정책 예외적이어야"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 전광판이 보이고 있는 모습. 2026.05.21. photo1006@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22일부터 6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돌입한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은 재정 부담을 키우고 고소득층에 지원 효과를 집중시킬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가격을 일괄적으로 낮춰주는 보편 지원을 실시할 경우 차량·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이에 따라 가격 억제보다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현금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IMF는 지난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에너지·식량 가격 충격 대응: 정책의 세부 설계가 중요하다(Responding to the Energy and Food Price Shock: Getting the Policy Details Right)'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국 정부가 가계와 기업 보호, 물가 안정,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국제유가 급등이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현재 충격 수준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하는 실질소득 감소가 단기간 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 핵심 원칙으로 ▲보편적 보조금·가격 상한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할 것 ▲취약계층 중심의 한시적 현금성 지원을 확대할 것 등을 제시했다.

에너지 가격을 일괄적으로 낮춰주게 될 경우 에너지 소비 억제 효과가 약화될 수 있고 차량·냉난방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이 오히려 절대 금액 기준으로 더 큰 지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저소득층은 에너지 지출 비중은 높지만 실제 소비량 자체는 상대적으로 적어 체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소득 대비 에너지·식료품 지출 비중이 2~3배 높고 저축 여력도 부족하다"며 "그런데 이런 가격 통제 조치는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2026.05.18. bluesoda@newsis.com

여기서 가격 신호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효율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시장 기능을 말한다.

석유 최고가격제처럼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분을 재정으로 흡수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이 가격 신호가 왜곡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에너지 소비 억제 효과가 약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더 오래 지속되고 공급 부족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저소득층 지원과 관련해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한다"며 기존 사회보장 체계를 활용한 '선별적 현금 지원'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할 경우 가격 신호를 유지하면서 재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지원 범위가 충분하지 않다면 정부는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확대하거나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과 중산층 일부까지 넓힐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충격이 일시적이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 인플레이션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고 ▲경제 과열이 제한적이고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격 통제 정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해당 조건들은 실시간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광범위한 가격 통제는 부작용도 크다"며 "따라서 이런 정책은 가급적 피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사용하더라도 예외적·한시적·투명한 방식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0시부터 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기존 5차 수준으로 동결 적용한 상태다. 이에 따라 6차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3월1일 1차 최고가격을 통해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상한을 설정한 이후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 맞춰 다섯 차례 연속 최고가격제를 연장해왔다.

특히 지난 3차부터는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누적된 정유사 손실과 미반영 인상 요인 등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앞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4조2000억원 규모 목적 예비비를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3개월 만에 손실 규모가 예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유 4사의 손실은 주간 기준 약 5000억원 안팎, 누적 기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빌딩에 부착된 IMF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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