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및 퇴장방지의약품의 공급 불안 반복
"낮은 약가·채산성 원인…근본적 안정 전략 필요"
"약가 10%인상에도 일부약 생산 적자구조 지속"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항생제, 소아 의약품, 항암제 등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의 수급 불안으로 치료 기반이 흔들리고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22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료현장에서 항생제, 소아 의약품, 항암제, 마취제, 수액제 등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의 공급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특정 약제를 확보하지 못해 대체의약품 사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교체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담 역시 커지는 실정이다.
필요한 의약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필수의약품은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의료현장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공급 불안의 원인으로 낮은 약가 구조와 생산 유인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 상당수는 수십년째 낮은 약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원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은 코로나19 이후 치솟으며 일부에선 생산할수록 적자 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앞서 지난 3월 대한혈액학회도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도노마이신, 빈블라스틴, 블레오마이신, 5-플루오로우라실(5-FU) 주사제 등 기초 화학항암제의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한혈액학회 김혜리 홍보이사는 "가격이 낮아 수익이 나지 않는 고전적인 항암제에서 공급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 항암제로 흔히 쓰이는 5-FU와 시스플라틴의 보험약가는 5000원 내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생산할수록 손해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수급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공익적 책임 때문에 생산을 유지하는 품목도 적지 않으나 기업이 계속 낮은 채산성을 감당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퇴장방지의약품의 약가 기준을 최대 10%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내복제는 기존 525원에서 578원으로, 주사제는 5257원에서 5783원으로 상향해, 오는 8월 시행된다. 또 퇴장방지의약품을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가산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생산 지속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선 해당 조치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원가 상승 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 10% 약가 인상만으로 생산을 유도하기에 역부족이란 것이다.
원가 연동형 약가 체계와 장기 계약 기반의 가격 보장 시스템을 함께 마련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격화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중국·인도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 공급망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의약품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가 차원의 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과 함께 수급 불안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국가 비축 확대, 원료의약품 국산화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장방지의약품 약가 10% 인상은 의미있으나 실상은 원료비·제조비 상승 폭이 훨씬 크다"며 "일부 품목은 여전히 생산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 필수약은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국가가 일정 수준 생산 안정성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되는 반도체 등과 달리 의약품 공급망은 국민 생명과 직결됨에도 시장 논리에 맡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산업 이슈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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