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직전 극적 합의안 도출…삼성전자 노사 한발씩 양보[삼성發 성과급 쇼크①]

기사등록 2026/05/23 05:00:00 최종수정 2026/05/23 05:01:46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타결까지 6개월

총파업시 '100조' 피해 예상…이재용 이어 정부까지 나서

극적 타결했지만…노노 갈등 확산 투표 부결 움직임도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다시 임금협상에 나섰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총파업을 90여분 앞두고 성과급 지급을 포함한 2026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총파업 현실화 우려도 커졌지만, 정부의 막판 중재로 협상이 타결됐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협상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고, 경영 판단에 속했던 이익 배분을 두고 주주와 협력업체 근로자들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에도 삼성전자 내 노노(勞勞) 갈등은 물론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도 흑자와 적자 사업부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타결까지 6개월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2026년 임금교섭에 돌입했다.

5개 복수 노동조합 중 3개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회사 측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중노위에서도 협상이 결렬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공동교섭단은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예고한 총파업 날짜가 다가올수록 노사의 성과급 갈등은 확대됐다.

특히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DS부문 직원들에게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수준 이상으로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4.23. ks@newsis.com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이와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성과급 지급을 근거로 동등하게 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경쟁사 기준이 이미 있다 보니 협상 내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경고에 '100조' 피해 예상…이재용 회장 이어 정부까지 나서

총파업 날짜는 다가오는데 노조와의 협상이 진척이 없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했다.

노조가 예고한대로 18일간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직간접 피해액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한 신뢰도 하락 등 무형의 후폭풍도 거셀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6일 출장 귀국길에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을 두고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자칫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회장까지 나서서 노조를 향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호소했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 다음날인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총파업을 앞두고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 목소리가 나오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을 앞두고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잠정 합의했다. 향후 10년 간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한다.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1인당 세전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극적 타결했지만…노노 갈등 확산에 투표 부결 움직임까지

노사는 이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양측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 폐지 및 제도화 등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비율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성과급을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배분하자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이 많아지면 적자 사업부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며 거부하면서 사후조정도 결렬됐다.

사후조정 결렬 직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노사는 벼랑 끝 협상에 나섰고, 총파업을 90여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6개월에 걸친 임금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고, 경영 판단에 속했던 이익 배분을 두고 주주와 협력업체 근로자들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노사 잠정합의안이 타결되자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며 삼성전자에 성과급 배분안 논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완제품 조합원을 중심으로 합의안 부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DS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와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일부 조합원들은 합의안 부결을 위한 표 결집에 나섰다.

노사가 합의한 'DS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더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올해 최대 6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보상은 1억60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SECU·동행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NSEU) 수원지부 집행부가 22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시작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22. kgb@newsis.com
DX부문은 이번 합의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600만원에 불과하다. 메모리사업부와 비교하면 보상 규모가 100배 차이가 난다.

제2노조인 전삼노 수원지부와 제3노조인 동행노조는 전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적이고, 부실한 잠정합의안이 나왔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반도체 메가사이클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반도체 불황 시기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DX부문의 안정적인 영업이익 덕분에 투자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 요구안의 핵심 안건이던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상한 폐지 없이 특별경영성과급으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두 노조는 DX부문 조합원을 중심으로 잠정 합의안 부결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잠정 합의안을 부결 시킨 뒤 공동투쟁본부에 동행노조를 복귀 시키고, 재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DS부문 조합원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잠정합의안이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반도체와 DX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노조 내 메모리와 공통부문 비율이 높고 협상기간 DX 조합원들도 이탈도 많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잠정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조합원 투표 결과를 성적표로 삼겠다"며 "부결시 나머지 교섭은 집행부에 위임하고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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