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외무장관 NYT 기고문에서 강조
러 주장과 달리 전쟁 동안 경제 8% 위축
물가 상승율 발표된 10%보다 월등히 높아
우크라 공격에 유가 상승 따른 이익도 제한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 경제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제재를 강화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를 크게 치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강조했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나는 스웨덴 외무장관이다. 러시아를 과대평가하지 말라(I’m the Foreign Minister of Sweden. Don’t Overestimate Russia)라는 글에서 푸틴이 전쟁으로 치를 대가가 크게 만들어야 전쟁을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러시아는 경제가 건재하며 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세계를 설득하려 해왔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가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정보기관에 여러 차례 연구를 의뢰한 결과 러시아 경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가 자국 경제력을 과장해왔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여러 가지다. 러시아는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자국 경제가 약 13%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식 통계를 신뢰할 수 없거나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들의 경제 활동을 평가하는 야간 조도 측정 방식으로 평가한 결과 실제로는 약 8% 위축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인플레이션도 상당히 과소 보고되고 있다.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 공식적으로 약 10%로 발표된 2024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1%로 인상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더 높았음을 시사하는 조치다.
스웨덴 군사정보보안청은 현재 약 5%로 제시된 공식 전망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자국의 구매력을 과장하고 있으며, 실제 군사비 지출 여력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이후 국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누적 손실은 최소 4500억 달러(약 674조 원)에 달한다. 에너지 수출 등 특정 분야에 미친 영향이 치명적으로 지난 1월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50% 줄었다.
러시아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거의 완전한 봉쇄로 일부 제재가 유예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정보기관은 러시아산 우랄유 평균 가격이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의미 있는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으로 이란 전쟁으로 러시아가 얻는 이익도 크지 않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엘리트층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푸틴은 경제성과의 일부 약점을 인정하고 지난달 당국자들에게 이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한 싱크탱크가 최근 올해 시스템적 금융 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지난주에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026년 경제성장 전망이 0.4%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가 더해진다. 전선에서의 진격은 거의 멈춘 상태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되찾기도 했다. 전선에서 러시아의 사상자 발생률은 참혹한 수준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침공 개시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120만 명에 달하며, 2025년 한 해 동안 월평균 약 3만5000명이 발생했다. 병력 모집 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오랜만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걸프 국가들에 드론 방어 능력을 지원했으며, 서방 방위산업체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산 물자를 개발, 생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더욱 높이기 위한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2026~2027년 우크라이나의 재정 수요 상당 부분을 충당할 900억 유로(약 157조 원) 규모의 차관을 승인하고, 러시아에 대한 20번째 제재 패키지를 확정했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특히 한 가지 조치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러시아 항구를 출발해 석유, 가스, 석탄을 운반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보험, 항만 이용, 금융 등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다.
가격 상한제에서 전면 금지로 수위를 높이면 크렘린의 전쟁 자금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스웨덴은 EU 및 주요 7개국(G7) 전체가 이 조치를 도입하기를 바란다.
명목 기준으로 러시아 경제 규모는 미국 뉴욕주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고, 텍사스주보다도 작으며, 취약하다.
러시아 가정은 일상적인 생활비 부담을 체감하고 있으며, 국가 재정 완충 장치인 국부 펀드의 유동 자산 대부분이 전쟁 재원으로 소진됐다.
이러한 경제적 취약성은 서방 제재가 이미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그리고 왜 추가 압박이 푸틴을 진지한 평화 협상으로 이끄는 최선의 방법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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