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호르무즈는 외국 선박이"…일본, 중간 해역서 원유 넘겨 받아

기사등록 2026/05/16 19:40:39 최종수정 2026/05/16 19:50:24

지난 3월 이후 중동산 원유 싣고 33척 일본행

약 절반이 말레이시아·인도 해안 인근서 환적

[서산=뉴시스]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1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오데사호가 8일 충남 서산 대산항 HD현대오일뱅크 해상 원유 하역설비(SPM)로 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일본 정유사가 안전을 위해 선박 간 화물을 옮겨 싣는 방식으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DB) *사진과 본문 관계 없음. 2026.05.16.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일본 정유사가 안전을 위해 선박 간 화물을 옮겨 싣는 방식으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지난 3월 이후 중동산 원유를 싣고 일본에 들어온 유조선 33척의 항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절반에 달하는 15척이 말레이시아와 인도 해안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환적된 중동산 원유의 양은 약 2470만 배럴로, 중동 사태 이후 일본이 조달한 원유의 약 20% 이상을 차지했다.

닛케이는 "아시아 해역에서 일본 선박이 외국 선박으로부터 원유를 넘겨 받은 것은 위험한 중동 해역 항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원유 95%를 중동에 의존하지만,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졌다. 해협 밖의 오만만과 아라비아반도 서쪽의 홍해에서도 항행 위험이 컸다.

이에 중동~아시아 중간 지점의 원유 수송은 외국 선박에 맡기는 한편, 일본 선박은 중간 지점에서 원유를 받아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운항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선박 정보 업체 '마린트래픽'을 조사한 결과, 해운 강국인 그리스나 아시아 해운 회사들이 중동과 아시아를 활발히 왕복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을 오히려 사업 기회로 삼고, 막대한 대가를 받으면서 리스크가 높은 중동~아시아 중간 지점을 오가고 있었다.

한 일본 해운회사 임원은 "엄청난 대가를 지급하면 가겠다는 선주들이 있다. 우리(일본)는 안전이 담보되거나 리스크 평가 거친 후에 항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박이 일본 선박으로 환적을 해준 사례도 있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ENEOS) 홀딩스 산하 해운사의 유조선 '에네오스드림'호는 지난 4월21일께 말라카 해협 인근에서 한국 유조선에 접근해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약 180만 배럴을 넘겨 받았다.

해당 한국 유조선은 지난달 10일께 UAE산 원유를 싣고 UAE 푸자이라항을 출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닛케이는 "선박 간 환적은 항만 설비 제약이 있는 지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겠으나, 일본에서는 이례적이었다"며 "다만 언제까지나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환적 과정은 배가 접안해 원유를 옮기는 작업에만 2~3일이 소요되고, 추가 비용도 평균 약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중남미·중앙아시아 등으로 원유 조달을 확대하기 시작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원유 조달처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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