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첫 입장문 첫머리 '전세계 고객에 사과' 언급
총파업시, 생산 차질 따른 반도체 생태계 파장 우려
이재용 사과 직후, 노사 대화 물꼬…18일 교섭 재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총파업 사태와 관련한 첫 입장문에서 '대국민 사과'를 넘어 이례적으로 '전 세계 고객'을 향한 사과 발언을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자칫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한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6일 오후 2시25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는 길에 최근 노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입장문 첫머리에 '전 세계 고객'을 우선 언급했는데,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공급망과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MD,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반도체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글로벌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생태계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성과급을 두고 노사 갈등 사태가 불거지자 일부 빅테크들은 삼성전자에 공급 차질 규모, 대응 방안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직·간접 손실이 '천문학적 규모'인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어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 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업보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 기업'의 노사 갈등이 주주, 협력사, 지역 사회, 산업 생태계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다독였다.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이 이날 직접 메시지를 낸 이후, 노사 간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고 있는 양상이다.
노사는 오는 18일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추가 교섭을 진행한다. 이번 교섭에는 중노위 위원장도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13일 마라톤 사후조정을 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의하지 못했다.
사측은 대표교섭위원을 기존의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그 동안 노조는 사측에 대표교섭위원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여 팀장과 노조 지도부는 지난 16일 오후 사전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교섭에 대한 진행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날 이 회장의 '직접 등판'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도 밝혔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회장의 사과 내용을 확인했다"며 "신뢰 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18일 추가 교섭에서는 기존 교섭처럼 성과급 산정 방식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 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이 회장도 이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경제를 고려해 노사 모두 추가 교섭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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