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기소 움직임

기사등록 2026/05/16 06:57:21 최종수정 2026/05/16 07:04:24

양국 관계 긴장 크게 높일 듯

1996년 민간 비행기 격추 책임

[아바나(쿠바)=AP/뉴시스]2021년 4월19일(현지시각) 쿠바 아바나의 컨벤션 팰리스에서 열린 쿠바 공산당 총회 폐막식에서 국가평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자신의 뒤를 이어 새 의장으로 선출된 미겔 디아즈 카넬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이 카스트로를 기소할 움직임이며 이는 양국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전망이다. 2026.5.16.

[마이애미=AP/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법무부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법무부는 1996년 마이애미에 근거지를 둔 망명자 단체 '구조를 위한 형제들'이 운항하던 항공기 4대를 격추한 사건과 관련 당시 쿠바 국방장관이던 카스트로를 기소하려 한다.

카스트로에 대한 형사 기소는 미국과 쿠바 사이의 긴장을 극적으로 고조시킬 것이다.

미 정부는 쿠바 연료 공급을 차단해 정전 사태를 야기하고 식량 불안을 심하게 만드는 등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쿠바 근해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리처드 파인버그 명예교수는 카스트로에 대한 기소가 플로리다 남부 유권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겠지만 미군이 새로운 전쟁을 벌이는 것을 미국인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소는 플로리다 남부 공화당 의원들이 수사를 요구한 데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트럼프가 올해 초 쿠바를 "우호적으로 접수"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마무리한 뒤 쿠바로 다시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15일 카스트로 기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법무부에 넘겼다.

앞서 14일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쿠바를 방문해 카스트로의 손자를 포함한 쿠바 당국자들과 면담했다.

94세인 카스트로는 2011년 형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대통령직을 물려받았고, 2019년에는 자신이 직접 고른 측근 미겔 디아스카넬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2021년 쿠바 공산당 총서기직에서 은퇴한 뒤 주로 무대 뒤로 물러나 있지만, 그가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손자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실권자라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로드리게스 카스트로는 앞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비밀리에 만났었다.

1996년 쿠바가 '구조를 위한 형제들'이 운항하던 항공기 2대를 격추한 사건은 수십 년에 걸친 양국 적대 관계의 분수령이 됐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쿠바와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었지만, 쿠바 수도 아바나 상공을 비행하며 반카스트로 전단을 뿌리는 망명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었다.

쿠바는 몇 달 동안 미국 정부에 도발에 맞서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고가 묵살되자 1996년 2월26일 미그 전투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쿠바 영공 밖을 비행하던 민간 세스나 항공기 2대를 격추했다.

격추 사건 직후 미 의회가 이른바 헬름스-버턴법을 통과시켰다. 1962년에 발동된 미국의 금수 조치를 성문화하고,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쿠바와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미국이 '구조를 위한 형제들' 격추 사건과 관련해 모의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낸 사람은 헤라드도 에르난데스 쿠바 정보기관원뿐이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일환으로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포로 교환으로 석방됐다.

전투기 조종사 2명과 지휘관도 기소됐지만, 쿠바에 거주해 소추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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