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공개 묘사와 정보기관의 비공개 보고 극명 대조
전쟁 전 미사일의 약 70% 보유…이동식 발사대로 이동 가능
무기비축량 소진 속 트럼프 공격 재개 명령, 상황 더욱 악화 우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위치한 33개 미사일 기지 중 30곳에 작전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어 군사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이 최근 비밀리에 평가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묘사하는 이란 군대의 붕괴는 정보기관이 정책 결정자들에게 비공개로 전달하는 내용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달 초 공개된 기밀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대부분의 미사일 기지, 발사대 및 지하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유지하고 있는 33개 미사일 기지 중 30개 기지의 작전 접근권을 복구했다는 증거다.
이는 좁은 해협을 통과하는 미국 군함과 유조선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동식 발사대 통해 위치 옮겨 보존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각 기지의 피해 정도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기지 내에 있는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미사일을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에 따르면 해협을 따라 위치한 미사일 기지 중 이란군이 완전히 접근이 불가능한 곳은 단 세 곳뿐이었다.
이란은 여전히 전국에 이동식 발사대의 약 70%를 배치하고 있으며 전쟁 이전 미사일 비축량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 비축량에는 역내 다른 국가를 겨냥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과 육상 또는 해상의 단거리 목표물에 사용할 수 있는 소량의 순항 미사일이 모두 포함된다.
군사 정보 기관들은 위성 이미지 및 기타 감시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 수집 경로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전국 지하 미사일 저장 및 발사 시설의 약 90%에 대한 접근권을 되찾았다. 현재 이 시설들은 부분 또는 완전히 가동 가능한 상태로 보고했다고 해당 평가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 트럼프, 헤스세스의 '이란군 괴멸' 주장 무색
이러한 조사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란 군대가 괴멸되었고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공언한 것을 무색하게 한다.
3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CBS 뉴스에서 “이란의 미사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군사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4월 8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장대한 분노’ 작전이 이란의 군사력을 괴멸시키고 향후 수년간 전투력을 무력화시켰다”고 선언했다.
정보 평가에 대한 질문에 백악관 공보실 직원 올리비아 웨일스는 이란 군대가 궤멸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NYT는 전했다.
◆ 백악관 "이란군 칭찬은 사실상의 반역행위"
웨일스는 “이란이 군대를 재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망상에 빠졌거나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변인일 뿐”이라며 “이란 군대의 활약을 칭찬하는 것은 사실상의 반역 행위”라고 비난했다.
조엘 발데즈 국방부 대변인 대행은 정보 관련 질문에 대해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언론들이 이란 정권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며 ‘에픽 퓨리 작전’을 역사적인 업적이 아닌 다른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정보 평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군사 참모들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기지에 입힐 수 있는 피해를 과대평가했다. 이란의 회복력과 재건 능력도 과소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지난달 미국 관리들이 이란이 전전 미사일 보유량의 최대 70%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주 미국 정보기관이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이란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의 약 75%와 전전 미사일 비축량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미국 무기 재고 감소, 전면전 재고 딜레마 안겨
이번 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면전이 재개될 경우 직면하게 될 딜레마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군은 이미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정밀 타격 미사일 및 ATACMS 지상 발사 미사일을 포함한 많은 핵심 무기 재고를 소진했다.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군사력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추가 공격을 명령한다면 미군은 핵심 무기 비축량을 더욱 소진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국방부와 주요 무기 제조업체들이 이미 비축량 보충에 필요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비축량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미국의 군수품 재고가 위험할 정도로 부족해졌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해 왔다.
국방부 관리들도 비공개적으로 불안해하는 유럽 동맹국들에게 비슷한 확신을 주었다.
◆ 유럽 동맹국들, 구매 무기 인도 지연 우려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상당의 군수품을 구매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의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군수품들을 필요로 할 경우 인도가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무력 충돌 재개를 명령할 경우 이러한 우려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12일 하원 세출 소위원회 증언에서 “현재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상당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은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전쟁의 타당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전쟁 참전을 반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개입주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임무 수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NYT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여러 전투사령부에서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했으며 동시에 미군이 우리 국민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풍부한 역량을 보유하도록 보장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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