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고전 발레 공식 깬 파격 연출
안재용 "서사 중심은 왕자…넷플릭스 보듯 즐기길"
13일 화성 시작으로 16~17일 서울, 20일 대전
13일 오후 화성예술의전당에서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LAC) 오픈리허설이 열렸다.
'백조의 호수' 하면 떠올릴법한 동화적 환상을 깨는 것은 백조 뿐만이 아니다. 1막에 등장하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상의 사냥꾼들은 흡사 1980년대 에어로빅복을 연상케할 만큼 도발적이다.
"클래식 발레는 우아하다"는 시각적 공식을 시작부터 부숴버리며, 이 무대가 인간의 원초적이고 뒤틀린 본성을 그리는 현대극임을 관객들이 눈앞에서 체감케 한다.
"발레가 떠오르지 않는 현실적인 의상"이라는 지적에, 이날 안재용(34)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 무용수 역시 1막의 "알록달록한 사냥꾼"을 언급하며, "인물들이 이미 뒤틀려 있기 때문에 옷도 그런 뒤틀린 옷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수들의 연기와 표현은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다.
1막에서 왕자를 유혹하는 공주 역을 맡은 신아현 무용수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독무(바리에이션)를 춘다. 곧이어 옆이 트인 치마로 바꿔입고 화려한 춤을 추더니, 다시 노출이 심한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안무가 겸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오데트 공주에게 저주를 내려 백조로 만든 악마 로트바르트를 '밤의 여왕'으로 재해석했다. 밤의 여왕이 왕과 불륜을 저질러 낳은 혼외자가 '흑조'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한 것. 밤의 여왕은 괴력을 가진 듯한 몸짓과 표정으로 공연 내내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공연의 가장 큰 차별성은 원작을 해체해버린 마이요의 현대적 서사다. 아름다운 동화를 걷어내고 인간의 본능과 욕망, 원한과 복수를 채워넣은 '백조의 호수'(LAC)는 공주보다도 왕자 비중이 더 크다.
안재용 수석 무용수는 "1막 시작부터 50분 동안 왕자가 한 번도 퇴장하지 않는다"며 "서사가 왕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마이요와 우스갯소리로 '왕자의 호수'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유약한 왕자가 어릴 때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후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하나의 왕자의 여정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안재용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외모 때문에 직장을 잃거나 면접에서 떨어지는 분들을 돕고 싶었다"며 "그러다 누나의 권유로 우연히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 공연을 봤고, 남자 무용수가 저렇게 멋있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발레로 진로를 바꿨다"고 떠올렸다.
자신의 작품을 보고 발레를 시작한 청년이 입단 오디션에 합격해 찾아오자, 마이요 감독은 그를 "마이 뉴본(My newborn, 나의 갓난아기)"이라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입단한지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초고속 승급한 그는 이제 마이요의 안무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며 무대를 누빈다.
클래식의 문법을 파괴한 이 잔혹하고 매혹적인 현대극을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재용은 현학적인 해석 대신 '직관'을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느낌처럼, 자연스럽게 인물의 감정선 변화를 따라가면 된다"며 "무대 안에서 여러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 눈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느끼며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발레라고 해서 점프를 얼마나 높이 뛰는지 등 테크닉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퍼포머로서 관객을 마주하고 어떻게 연기를 펼치는지가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는 13일 화성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16~17일 서울 예술의전당, 20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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