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작사 21항공단 수리온 조종사 인터뷰
"위험 요소는 보이지 않는 항공기 근접 상황"
산림청 지휘 아래 강풍·연기 속 담수 비행
"국민들 산불예방이 가장 강력한 진화장비"
지난 12일 경북 영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예하 21항공단에서 만난 수리온(KUH-1) 조종사들은 산불 현장을 '전쟁터'에 비유했다.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화마와 연기, 강풍, 수십 대 헬기가 뒤엉킨 하늘 속에서 이들은 매일 산불 골든타임을 사수하고 있다.
21항공단 207항공대대 석경태(41) 소령은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하늘 전체를 뒤덮은 연기 사이로 작은 헬기들이 물을 투하하는 모습을 보며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많은 곳에서 불씨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같은 부대 소속 박성훈(41) 준위 역시 "넓은 지역의 산불 현장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화마와 싸우는 느낌"이라며 "지상에서 볼 때보다 훨씬 압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종하는 수리온은 산불 발생 시 산림청 지휘 아래 진화 작전에 투입돼 공중에서 물을 투하하는 역할을 맡는다. 헬기 아래 연결된 물버킷(Bambi Bucket)을 저수지에 담가 물을 채운 뒤 산불 지점 상공에서 투하하는 방식이다.
산불 현장에는 산림청과 소방, 군, 민간 임차 헬기 등 여러 항공기가 동시에 좁은 공간에서 움직인다. 연기와 강풍, 급변하는 기류 속에서 고압선과 철탑 같은 장애물까지 피해야 한다.
석 소령은 "가장 위험한 변수는 보이지 않는 항공기와의 근접 상황"이라며 "승무원들과 함께 전후좌우를 계속 확인하며 비행한다"고 설명했다.
박 준위도 "효과적인 물 투하를 위해 산 능선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데 연기가 시야를 가려 충돌 위험이 커진다"며 "강풍은 기체를 흔들고 산악지형은 항공기 운용 한계를 계속 압박한다"고 말했다.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은 자동비행조종장치(AFCS)와 디지털 계기 체계를 갖춰 강풍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기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종사들은 이를 자동차의 주행보조 기능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석 소령은 "수리온은 제자리 비행 성능이 좋아 담수 작업 안정성이 뛰어나다"며 "풍향과 풍속 정보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산불 현장에서 빠르게 진입·이탈 경로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준위는 "자동비행 기능과 디지털 계기 환경 덕분에 복잡한 상황에서도 조종사의 피로를 줄이고 판단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박 준위는 "비행 중에는 오직 임무만 생각하지만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긴장을 푼다"며 "내 안전이 곧 가족의 안전이라는 생각으로 더 꼼꼼하게 점검하고 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산불 대응의 시작은 결국 국민들의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석 소령은 "하늘에서 보면 다 타버린 산이 얼마나 참혹한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산은 한 번 타버리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국민의 예방이 가장 강력한 진화장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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