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대출 올 들어 21조 증가
가계대출은 마이너스…규제 강회 영향
대기업대출 집중…연체율 등 건전성 부담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국내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올 들어 2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와 생산적 금융 확대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자금 공급의 물꼬를 가계에서 기업으로 튼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66조64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조3392억원 증가했다.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5조~6조원대 증가세를 보이면서 올 들어 불과 넉 달 만에 지난해 연간 증가액(24조1029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이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767조296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21억원 줄어들며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대출이 급증한 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한 영향이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1.7%)보다 낮은 1.5%로 설정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도 별도 관리 목표를 신설했다. 이에 은행들은 일제히 자금 공급의 무게중심을 기업으로 옮기고 기업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업대출은 대기업대출 위주로 늘어났다. 전체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182조901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조6027억원 늘어났다. 올해 기업대출 전체 증가분의 59% 가량을 대기업대출이 견인한 셈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357조299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총 7조3062억원 늘어났고, 개인사업자대출은 325조8628억원으로 총 1조4303억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내수 부진에 이란 전쟁에 따른 고금리 여파 등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중기, 자영업자 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대출 확대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은행권의 대출이 대기업과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더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 1분기 말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46%로 지난해 말(0.37%)보다 0.09%포인트 높아진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건전성 관리와 함께 생산적, 포용금융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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