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거르며 시민들께 진실 알리는 유족들
"1년5개월 간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전무"
1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YMCA 건물 1층 벽면에는 179개의 얼굴이 걸렸다. 2024년 12월29일 발생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이다.
사진 속 미소는 여전히 눈부시지만 그 미소를 지켜주지 못한 시간은 어느덧 498일이 흘렀다. 참사 500일을 단 이틀 앞둔 이곳의 시계는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시민 분향소 입구부터 늘어선 푸른 리본과 유리창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은 5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쌓인 그리움의 기록이 가득했다.
창문에 붙은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사랑하는 내 손녀 사랑한다"는 절절한 글귀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179명의 명패가 놓인 분향대에는 시민들이 헌화한 하얀 국화꽃들만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분향소 한편에 설치된 재난 구호 텐트와 대자보들은 이 슬픔이 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지를 말해줬다. 조류 충돌 예방 실패와 멈춰버린 블랙박스, 그리고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한 온전한 유해 수습 문제까지.
이번 시민분향소는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더불어 부실했던 초기 수습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연대의 장으로 마련됐다.
현장에는 슬픔을 삼키며 자리를 지키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이들은 끼니조차 거른 채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곁으로 다가갔다.
수척해진 얼굴로 분향을 마친 시민들에게 참사의 전말과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이 참사의 진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텅 빈 가슴을 채우는 듯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지지부진한 진상규명 과정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장인 이동훈(29)씨는 "500일 가까운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수습 과정에서 왜 그런 부실함이 반복됐는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지금까지 차가운 바닥에서 텐트를 치고 버티는 이유는 결국 '왜 내 가족이 돌아오지 못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기 때문 아니겠나. 우리 사회가 잊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12·29 여객기 참사 유족 김영헌씨는 "최근 정부 지시로 12명이 징계 명단에 올랐지만, 그중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인사가 대다수"라며 "처음부터 국토부가 항철위를 밑에 두고 지시를 내린 정황이 명백한데 이를 징계 정도로 끝내려 하는 것은 유가족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 특수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유해 수습에 실패하고 이를 방치한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다. 5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유가족들이 견뎌온 것은 보상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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