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부상…정부 재정운용 부담 커지나

기사등록 2026/05/10 09:22:43

한은 부총재 "금리인상 사이클로 넘어가지 않을까"

확장재정 속 자금 조달 대부분을 국채발행에 의존

"금리 인상시 정부 조달 부담↑…재정운용 여력↓"

가계·기업 부채 규모 큰 상황서 금리 높아지면 이자↑

정부 재정여력 부족시 적극적 대응 어렵다는 지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2026.05.06.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한국은행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저금리 기조를 전제로 확장 재정을 이어온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 발행 금리가 함께 상승해 정부의 이자 부담이 확대되고, 재정 운용 여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으로 방향을 틀 경우,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 정책 여지도 함께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 관계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기존 금리 인하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밝혔다.

그는 "4월 이후 경기는 2%보다 낮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물가는 2.2%보다 더 높아질 상황"이라며 "성장은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물가는 많이 오를 것이라는 게 확인됐기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한은이 기존의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현송 한은 신임 총재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 특히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이 상당히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한 만큼, 중동전쟁 충격이 가시화되는 2~3분기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도 매파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구윤철(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의 조찬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6.04.23. myjs@newsis.com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율 불안까지 이어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국가 재정 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 대응과 민생 지원, 고유가 대응 등을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경기 부양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 차례 편성하면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전년(36조1000억원) 대비 16조5000억원 증가한 52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정부 지출이 수입을 크게 웃돌면서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 등 차입으로 메웠다는 의미다.

정부의 자금 조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지방정부·공공기관 채 포함) 발행액은 127조원으로 전년(50조7000억원)의 약 2.5배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발행된 국채의 이자율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가 도래할 때 더 높은 금리로 다시 빚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전환 시 차환 발행에 따른 이자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향후 재정 운용 여력이 점차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6일 서울시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2026.04.06. bluesoda@newsis.com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더 높은 금리로 차환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결국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국고채(개인투자용 국채 제외) 총 발행 한도는 225조7000억 원으로 계획돼 있는 상황이다. 적자성 국채인 순발행 한도가 109조4000억원, 기존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 발행 한도가 116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고채 금리를 3%대 초중반으로 가정해 올해 국채 이자비용을 총지출 기준 30조1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금리가 이보다 높게 유지될 경우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복지·투자 등 다른 분야의 예산 여력도 함께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단순히 재정 부담이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복지나 투자 등 다른 분야의 지출을 압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 여력의 위축은 정부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

중동전쟁발(發) 고유가 사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금리 인상세가 겹치면 정부의 재정 여력이 더욱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결국 위기나 경기 급락 등 돈이 꼭 필요한 시점에 재정 투입 여력이 부족해 대응이 늦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6.05.06. jhope@newsis.com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비금융부문 총부채는 전년 동분기(6220조5770억원) 대비 280조원(4.5%) 증가한 6500조5843억원을 기록했다. 비금융부문 총부채가 6500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금융신용은 정부와 가계, 기업 부채를 합산한 금액으로, 국가 간 부채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활용된다. 통상 '국가총부채'로 불리며 경제 규모에 비해 빚이 얼마나 누적돼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이 중 가계부채는 2342조6728억원으로 약 36%를, 기업부채는 2907조1369억원으로 약 45%를 차지했다. 정부부채는 1250조7746억 원으로 전체의 약 19% 수준이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9.8%로 가계(3.0%)와 기업(3.6%)을 크게 상회했다.

가계·기업 부채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이 즉각 커지는 구조다.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금리 인상이 겹치면 민간의 상환 부담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는데, 정부마저 재정 여력이 부족하면 경기 하락 국면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워져 민간과 공공 모두가 압박 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병구 교수는 "정부의 재정 여력이 약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민간의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더욱 제한된다"며 "이처럼 재정과 통화가 동시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는 경기 하락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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