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렘피카'로 만난 새 '인생캐'…"새 캐릭터 갈망 있었죠"

기사등록 2026/05/07 19:07:48

뮤지컬 '렘피카'서 미래주의 예술가 마리네티 역

"24년간 공연에서 맡지 않았던 캐릭터와 목소리"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호영(마리네티 역)이 7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0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어요. 누군가가 '김호영에게 저런 목소리가 있어? 저런 표현이 있어?'를 느낀다면 '인생캐(인생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뮤지컬 '렘피카'로 새로운 '맞춤옷'을 입었다.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만난 김호영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낯선' 역할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렘피카'는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리는 타마르 드 렘피카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고, 지난 3월부터 아시아 초연으로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김호영은 렘피카와 예술적 논쟁을 펼치며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미래주의 예술가 마리네티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간 여러 공연이나 매체 등에서 보여줬던 밝은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거칠고 진지한 캐릭터다.

한정림 음악 감독에게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는 김호영은 "브로드웨이 공연 영상을 찾아보니 마리네티 역의 배우 외모나 목소리가 정말 강렬했다"고 회상했다. "나랑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해외 창작진들이 나를 그 이미지로 볼 수 있나"를 고민할 정도로 자신과 맞지 않는 역할이라 생각했다고도 털어놨다.

우려와 달리 김호영은 단번에 창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래 시작과 함께 심사위원석으로 달려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물병을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호영은 "나중에 알고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의 마리네티가 좋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준비 과정부터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너와 마리네티 역할이 정말 잘 맞는다"는 평이 이어졌다.

김호영은 "마리네티는 세계 대전을 겪으며 친구들과 가족 등 많은 사람을 잃고, 강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24년간 공연에서 맡지 않았던 캐릭터와 목소리를 보여줘 다들 더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호영(마리네티 역)이 7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07. jini@newsis.com

그가 '렘피카'를 택한 데는 이미지 변신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다. 김호영은 "절친인 정선아, 차지연, 최정원 선배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컸다"며 웃었다.

정선아는 렘피카, 차지연은 라파엘라, 최정원은 수지 역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김호영은 "서로 굉장히 응원을 해주니 너무 좋다. 에너지가 같이 올라간다"며 "다들 열정과 애정이 넘친다.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그걸 더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을 엄청 받고 있다. 나도 멈추지 않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며 동료들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공연을 만들어 가며 작품이 전하는 깊은 이야기에도 더욱 공감하고 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 연출진이 '이것은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체감이 잘 되지 않았다"는 김호영은 "점차 이것은 한 여자의 생존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해야했던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2년 뮤지컬 '렌트'의 엔젤 역으로 데뷔한 김호영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대를 지키며 여러 선택을 해야 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로 데뷔하며 단번에 눈도장을 찍었지만, 이후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다.

김호영은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택하기 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했다"면서 "쓰임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역은 분량이 적어도 했다. '렘피카'에 나오는 인물들이 각자의 생존 방법을 택했듯, 누구나 살아남기 위해 똑같은 방법을 택하는 건 아니다. 돌아보면 잘 운영을 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묵묵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온 김호영은 대세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공연뿐 아니라 예능과 유튜브, 홈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김호영은 "무대에 서면 신나는 작품이 아니어도, 나를 신명나게 한다"며 "고민도 많고, 힘든 작업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신진대사도 활발해지는 것 같다"며 무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호영(마리네티 역)이 7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07. jini@newsis.com

자신의 이름 앞에 "늘 기대감을 갖고 사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바란다는 그는 "마리네티 역도 나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좋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어디서 어떻게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있으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렘피카'는 다음 달 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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