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친구" "잊지말아줘"…'피습 참변 여고생' 빈소 통곡(종합)

기사등록 2026/05/06 18:51:03 최종수정 2026/05/06 19:00:48

교복입고 찾아온 학생들…어머니, 눈물속 오열

"바보같이 착했던 친구" "다신 이런 일 없어야"

사건 현장엔 국화꽃 "못다 핀 꽃 활짝 피우길"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6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전날 광주 도심에서 흉기 습격을 당해 숨진 고등학생 故(고) A(17)양의 빈소가 마련됐다. 2026.05.06. lhh@newsis.com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친구야, 꼭 좋은 곳으로 가라."

6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 늦은 밤 광주 도심에서 흉기 습격을 당해 숨진 고등학생 A(17)양의 빈소에는 애달픈 통곡조차 들리지 않았다. 슬픔이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선 듯 빈소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유족들은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A양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눈물조차 메마른 듯 유족들은 양손을 모은 채 힘 없이 자리를 지켰다.

정적은 교복을 입고 빈소를 찾은 학생들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에 깨졌다. 학생들은 빈소에 들어서기 전 머리와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치며 친구를 마지막으로 배웅할 준비를 했다.

학생들이 조문을 마치자 참아왔던 A양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빈소를 가득 채웠다. 학생들의 인사를 받은 어머니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연신 "고맙다. 우리 딸을 잊지 말아 달라"며 인사를 전했다.

A양 아버지 역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A양의 중학교 동창인 이채문·임진환군은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학교에 양해를 구한 뒤 빈소에 들러 조문했다.

이들은 A양을 더없이 착하고 모두와 잘 어울렸던 친구로 기억했다.

학생들은 "친구의 비보를 처음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중학교 3년 내내 주말까지 같은 학원을 다니며 밥도 같이 먹고 항상 함께 공부했던 친구"라고 회상했다.

이어 "바보 같을 정도로 착했다. 모든 친구와 잘 어울려 늘 부러웠고 성적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던 친구였다"며 "도대체 왜 내 친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좋은 곳으로 가라. 꼭 좋은 곳에 가야 한다"고 울먹였다.

같은 날 오후 비극이 할퀴고 간 사건 현장.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는 시민들이 조심스레 내려놓은 하얀 국화꽃과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보도블록을 따라 늘어선 이팝나무에는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하얀 꽃잎은 마치 소리 없는 눈물인 양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소처럼 길을 거닐던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덩그러니 놓인 국화꽃 앞에서 시민들은 잠시 고개를 숙여, 채 피지 못하고 져버린 어린 생명을 기렸다.

운동 중 걸음을 멈춘 한 시민은 "인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매일 걷던 이 길이 그 현장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국화꽃이 놓인 것을 보니 마음이 아려온다. 부디 못다 핀 꽃, 그곳에선 활짝 피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0시10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앞 인도에서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귀가 중이던 A양이 찔려 숨졌다. 장씨는 인근에 있던 또 다른 고등학생 B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장씨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죽으려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 피해 여학생이 지나가는 것을 봤고 주변을 배회하다 다시 마주치자 충동을 느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특성화고등학교 인근 왕복 6차선 대로변 인도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앞서 전날 새벽 이곳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고등학생 A(17)양이 숨졌고,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또 다른 고등학생 B군도 흉기에 찔려 다쳤다. 2026.05.06. lh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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