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보다 더 하네"…취업한파 울상짓는 자영업자

기사등록 2026/05/07 05:01:00 최종수정 2026/05/07 05:05:52

과거 면접 전 코스였던 맞춤 양복집·사진관 매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모의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6.05.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채용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데다 인공지능(AI)까지 빠르게 발달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업계가 있다. 한때 면접 준비의 정석으로 불렸던 맞춤형 양복점과 사진관이 그 주인공이다. 발걸음이 뚝 끊기다시피 한 요즘 관련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7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대·중견기업의 신입 채용 공고는 791건으로 1년 새 약 45% 줄었다. 취업 문턱이 좁아진 것은 비단 취업자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AI 업무 영향 설문 결과'를 보면 직장인 절반 이상(52.4%)은 AI 도입 후 채용 규모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50년 넘게 서울 중구에서 맞춤 양복집을 운영 중인 김모(75)씨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오히려 지금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채용 규모 축소로 최근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과거 상반기 채용 시즌이 되면 면접 전 양복을 지으러 오는 고객이 두 자릿수가 넘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요즘은 당최 사람을 뽑지 않아 IMF를 포함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가게를 꾸려가기 힘든 형편이다. 거기다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에 유럽에서 오는 원부자재 가격까지 올랐다.

김씨는 "어려운 것을 체감한 지는 오래됐는데 더 힘들 것 같다. 아주 소상공인 수난시대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AI가 대체할 수 없는 김씨의 사업장은 나을지도 모른다. AI가 본격적으로 1인분 몫을 해내는 사진관은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

울산에서 13년째 취업 전문 사진관을 하고 있는 심모(52)씨는 전성기에 비해 예약 손님 3분의 2가 날아갔다. 심씨는 울산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있고 AI 사용이 늘어 더는 취업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심씨는 "지역 내 증명사진 전문 사진관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주례 생성형 AI 이용 동향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7명(75%)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이 2024년 기준 33.3%인 것과 비교하면 생성형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2007년부터 사진관을 꾸려나가고 있는 신건정(58)씨도 3년 전까지는 취업 사진을 위한 정장, 넥타이를 구비해뒀다고 한다. 그러나 취업 사진 고객이 80% 이상 쪼그라든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기업에서 AI 사진을 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신씨가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 신씨는 "전문가가 봐야 티나는 정도"라며 "젊은 친구들은 굳이 사진관에 오지 않아도 휴대폰에서 작업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사진관은 감소한 취업 사진 매출을 AI가 그나마 침범하기 힘든 여권,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 사진으로 메꾸고 있다.

광주 광산구의 25년 차 사진관 사장님인 채모(65)씨도 비슷한 처지였다. 채씨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으로 찍으러 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며 "AI가 활성화되면서 증명의 기능은 사라졌다. 채용 규모가 위축된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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