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적용 확대해야" vs "업종 구분 필요"

기사등록 2026/04/21 17:27:28

최임위, 1차 전원회의…2027년 최저임금 심의 착수

노동계 "실질임금 하락…도급 노동자 적용 확대해야"

경영계 "소상공인 지불여력 한계…업종별 구분 필요"

민주노총, 권순원 위원장 선출 반발해 회의 도중 퇴장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2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새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대내외 경제 여건을 둘러싼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두고 '도급근로자' 적용 확대와 업종별 구분 적용 요구가 맞섰다.

최임위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착수했다.

최임위는 앞서 지난 3월 3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송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접수하고, 심의 기초자료를 전문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심의 기초자료에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임금실태 분석 등이 포함됐다.

이날 위원장으로 선출된 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제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가 원만히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노사공 각 위원들께서 서로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합리적 대안을 찾기 위해 끝까지 대화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때로 첨예한 견해차가 있더라도 밀도 있는 심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켜 그 어떠한 대외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내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생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며 "최저임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소득 보전과 재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장애인 노동자 적용 제외 등 차별적 제도를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보편적 안전망이 작용해야 한다. 올해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확대 적용 논의가 차질없이 심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류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남 진주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에 깊이 유감 표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유명을 달리한 조합원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은 매우 낮은 인상률에 머물렀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 속에 실질임금 마저 하락했지만, 우리 사회는 코스피 지수에 환호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처참히 무너진 삶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심의 때마다 반복되는 을과 을들의 전쟁인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갈등을 방조하는 악습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정부가 최임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저임금 노동자와 특고·풀랫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2026.04.21. ppkjm@newsis.com

반면 경영계는 경제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과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이미 한계 수준에 다다라 있다"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면 전쟁이 이른 시일 내 끝나더라도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심의는 엄중한 경제 현실과 현장의 지불 여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제조업 전반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음식점 사업주가 2024년 5월 이후 21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해당 업종 사업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저희는 차별이 아니라 구분을 원한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올해 심의는 우리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며 "최저임금 제도를 집행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인데, 'K자 양극화' 속에서 반도체나 방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지불 여력이 없다.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새 공익위원 간사로 선출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국민과 노동자들과 기업이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어느 한 쪽만의 입장이 아니라 모든 입장을 고려하는 균형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익위원들은 중립적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 선출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당시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노동정책을 자문했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상생임금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위원장 선출을 반대해왔다.

이미선 부위원장은 "새 정부가 4개월째 공석이었던 최임위 위원장 자리에 권 위원을 내세우려 한다는 소식에 강력한 유감을 말해왔지만, 이러한 반대에도 선출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내란 청산도 아직 다 되지 않은 이 시기에 내란 정권에 부역한 인사를 최임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회의가 진행되는 것에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퇴장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민주노총은 "이번 선출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기존 노동정책 기조를 최임위에까지 이어가려는 시도로 보고 수용할 수 없다"며 "위원장 선출을 즉각 철회하고 공정한 인선을 다시 해야 한다. 위원회가 이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며 향후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최임위는 5월 전문위원회 심사, 현장 의견 청취 등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2차 전원회의는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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