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다시 원점…파키스탄 중재 역할 '시험대'

기사등록 2026/04/13 13:47:42 최종수정 2026/04/13 14:52:24

21시간 협상 끝 불발…휴전 전망 다시 불투명

미국 "핵심 조건 거부"…이란 "신뢰 확보 안 돼"

파키스탄, 중재 지속 방침에도 영향력 한계 노출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04.1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및 핵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은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별다른 합의 없이 종료됐다. 협상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도 시험대에 올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범위와 마지노선을 매우 명확히 밝혔다"며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며 수주간 이어진 기대 속에 열렸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유럽과 중동 지도자들과 연쇄 통화를 이어갔고, 군부 역시 미국 측과 긴밀히 접촉하며 협상 성사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 없이 회담이 종료되자 낙관론은 사라졌다.

파키스탄 전 국가안보보좌관 모에드 유수프는 뉴욕타임스(NYT)에 "하루 종일 낙관적인 분위기였지만 결국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중재 역량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몬 볼프강 푸크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파키스탄은 단기간 내 양측을 압박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남은 휴전 기간 동안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새로운 제안을 준비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측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이제 미국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결정할 차례"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중재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미국과 이란 간 소통과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황은 협상과 별개로 악화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와 관련된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공습으로 2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문제를 이번 협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NYT는 파키스탄의 중재 시도가 경제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서,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는 파키스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휴교와 공무원 주 4일 근무 등 비상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또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 추가 지원 확보와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 '평화 중재국'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목표도 갖고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와 일정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는 드문 국가라는 점도 이러한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수프 전 보좌관은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미·이란 간 입장 차이가 실제로 좁혀질지는 의문"이라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세를 중단할지도 전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파키스탄이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더라도, 중동 전반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실질적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