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간 평화협상 중재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파키스탄의 중재 시도는 이란 전쟁 장기화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방위협정 이행 압박과 소수민족 분리운동 격화 등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걸프 주요 국가들과 전략적 관계를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외교적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9일 튀르키예, 이집트, 사우디와 고위급 회담을 열고 미국과 이란간 협상을 위한 기반 마련을 시도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양측간 의미 있는 대화를 주선하고 촉진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며 "양측 모두 파키스탄의 역할에 신뢰를 표명한 데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파키스탄 분석가 라자 루미는 도이체벨레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걸프 지역 에너지 공급망과 송금에 의존하는 파키스탄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키스탄은 사우디와 방위 협정, 이란과 문화적 유대와 900㎞에 달하는 국경을 고려해 외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재 역할은 안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고 확전의 파급 효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간 협상이 실패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루미는 "에너지 공급 중단은 물가 상승과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 접경 지역에서는 난민 유입과 무장세력 활동 증가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파키스탄 관계 전문가 파테메 아만은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파키스탄의 목표는 (양국) 갈등이 국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간 갈등, 이란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발루치족 분리주의 무장세력 등을 거론하면서 "이란의 불안정은 발루치스탄 안보, 에너지 접근성, 국내 안정성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상황은 매우 긴급하다"고 했다.
파키스탄은 이란 전쟁 장기화시 내부 종파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파키스탄 인구 2억5000만명 가운데 시아파 비율은 15~20%로 추정된다. 이들은 세계 최대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강한 문화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고 이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자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해 적어도 23명이 사망했다. 파키스탄은 군을 투입했고 3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아만은 "이란 상황은 항상 파키스탄 내부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종파 문제를 넘어선다"며 "안보, 경제, 지역 불안정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기"라고 지적했다.
루미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란간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즉각적인 폭력보다는 점진적인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도이체벨레는 현재 논의되는 협상이 직접 대화인지 간접 대화인지 불분명하다면서 미국과 이란은 협상 진전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협상 진행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반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직접적인 협상은 아직 없었다"고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조속히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전력 인프라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담수시설 등을 폭파하고 전쟁을 끝내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핵 농축 중단과 핵시설 해체, 호르무즈 해협 통항 허용 등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15개항으로 구성된 미국의 종전안을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고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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