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중계권료에 월드컵 중계권료 1800억원…북중미 월드컵 '블랙아웃' 위기
지상파 3사 대신 유료채널·OTT 등이 중계 주도…"스포츠는 돈이 된다"
광고 매출 1조원 벽 붕괴…팔수록 손해 보는 지상파
"정부의 적극적 중재 필요"…디지털 시대 맞는 제도 개선 절실
[서울=뉴시스]박은비 윤현성 기자 =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지상파 중계 없이 JTBC 단독으로 치러진 데 이어 오는 6월 개최될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두고도 지상파 3사와 JTBC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축구 경기를 지상파에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유료 채널이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결제창을 열어야 할지를 두고 방송사 간 '중계권 전쟁'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공짜 축구' 사라질 위기, 왜?
과거에는 지상파 3사가 '코리아 풀(Korea Pool)'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중계권 가격을 조절하며 과당경쟁을 막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딴판이다. 현재는 OTT와 종합편성채널 등이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 '중계권 판매자'에게 가격 협상 주도권이 넘어갔다.
JTBC가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이번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는 1억2500만 달러(약 1870억 원) 규모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1억300만 달러)과 비교했을 때 약 20% 이상 뛴 액수다.
OTT 등 유료 플랫폼들이 적자를 감수하고도 중계권에 매달리는 이유는 '집토끼 지키기(Lock-in)' 전략 때문이다. 야구(KBO)를 보려면 티빙에 가야 하고, 해외 축구를 보려면 쿠팡플레이를 켜야 하는 시대다. 인기 스포츠는 시청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가장 강력한 무기(전략자산)가 됐다.
반면 '보편적 시청권'에 예속된 지상파 방송사들은 협상력 부재와 적자 구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연이어 급감하며 '1조 원 벽'이 무너진 상태다.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중계권료 본전을 찾을 광고 완판이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지상파의 스포츠 콘텐츠 시간당 매출액은 10년 전 대비 35% 이상 감소했다.
중계권료는 오르고 광고는 안 팔리니, 방송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독이 든 성배'가 된 셈이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제도 개선 논의 절실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지상파가 알아서 협상해라"고 방치할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과열 경쟁으로 중계권료가 폭등하면 결국 그 비용은 시청자에게 전가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협상력을 확보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코리아 풀 대상을 넓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코리아 풀 참여 사업자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여기에 OTT를 포함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대상을 무한정 넓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국가 재원이 그만큼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영국 사례를 참고해 국가적 행사의 중요도에 따라 그룹을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가령, 국민 관심 행사 종류와 수준에 따라 A그룹(공영 및 지상파방송, 무료 접근 기준 충족 온라인서비스)에 중계방송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B그룹(OTT, 기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이 중계방송권을 획득한 경우 A그룹에서도 생중계되도록 하는 등 조건을 설정하는 방안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여라 입법조사관은 "OTT의 경우 독점 중계를 금지해 '대체'가 아니라 '보완' 역할을 하도록 하고, 중계 희망자가 없는 국민 관심 행사는 공영방송이 의무적으로 중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테나' 시대의 법으로 '스트리밍' 시대의 시청권을 지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한다. 국민의 볼 권리를 지키면서도 미디어 산업의 숨통을 틔워줄 유연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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