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해방' 그림 제작…국가보안법 혐의로 징역유예
法, 검찰 2차례 항고에도 기각…35년만에 재심 개시
전 감독 "국가의 사과와 피해배상, 무죄 판결 촉구"
[서울=뉴시스]이윤석 기자 = 1980년대 민족해방운동사를 담은 대형 그림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동조했다며 유죄를 선고받은 애니메이션 감독 전승일(61)씨가 유죄를 확정받은 지 35년 만에 개시된 재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서윤 부장판사는 27일 전 감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전 감독 측은 "유죄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불법 체포돼서 가혹행위 당한 예술가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과해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전 감독은 대학생 시절인 1989년 청년 민중미술 연합 동아리 '전국대학미술운동연합' 소속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이에 맞선 민중들의 해방운동을 주제로 한 대형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제작에 참여했다.
전 감독 측에 따르면, 당시 공안 당국은 해당 그림의 제작 및 반포가 북한의 주장과 활동에 동조한 것으로 파악해 전 감독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안기부에 불법 구금하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
전 감독은 1991년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 감독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인단은 2024년 6월 법원에 재심 개시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전 감독에 대한 구금이 '수사기관에 의한 직무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법원은 같은 해 4월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으나 대법원도 지난해 5월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열리게 되었다.
전 감독 변호인은 "국가 폭력과 강제 연행이라는 재심 사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감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에서 관련자로 선정된 만큼 헌법상 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활동이 유죄 판결로 남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 기일을 5월 8일로 정하고, 해당 그림이 이적표현물인지 여부에 관해 살펴보기로 했다. 그 이후 증인 신문이 필요한지 검토하기로 했다.
전 감독 측은 증인으로 미술사학자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를 요청했다. 전씨 측은 "이 교수가 민중 미술을 심도있게 연구한 미술사학자라 '민족해방운동사'를 어떻게 평가할지 의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이날 재판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만감이 교차하는데 착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 감독은 "국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며 "(국가가) 사과해야 하고 검찰은 무리하게 유죄를 주장할 것이기 아니라 무죄를 구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사과, 피해배상과 무죄 판결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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