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10% 상승 시 건자재 생산비 최대 0.33% 증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원료 수급 막히고, 물류 비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반복…"특정 지역 수급 의존도 낮춰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건자재 업계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자재 수급 차질과 물류비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다.
재고 물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원자재 확보마저 지연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납기 지연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반적인 생산 비용 상승이 국내 건설 산업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자재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기반 원료와 철강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들은 기존 계약 물량의 인도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업계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쉽지 않다. 새로운 거래선 확보에 따른 비용 증가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멘트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회·아스팔트 등 비금속 광물은 0.33%, 시멘트·레미콘 등 콘크리트 제품은 0.21%, 건설용 골재·석재는 0.19%, 철근은 0.12% 각각 생산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단열재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와 에틸렌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에는 수급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가격 부담이 커 원재료를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t당 1068달러로, 미·이란 갈등 격화 이전인 지난달 27일(640달러) 대비 약 7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프타를 원재료로 하는 에틸렌 가격도 t당 680달러에서 1150달러로 69.1% 급등했다.
레미콘 업계도 비상이다. 최근 경유 가격 상승으로 생산·운송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사가 운송업체의 유류비를 부담하는 구조여서 경유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멘트 업계 역시 생산 원가의 약 25%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상승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미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동발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 경기 위축은 물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을 포함한 공사비가 30% 가까이 상승했다"며 "당장은 공사 지연이나 취소 등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비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유사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유와 유연탄 가격 급등이 이어질 경우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착공 지연과 건설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 레미콘·시멘트·철근 등 주요 건설 자재 가격과 운송비 상승이 전 공정에 걸쳐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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