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원자재값 들썩…소비재 전반 영향 가능성
당장 문제 없지만…생활용품·화장품 등 영향권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일상 소비재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비닐·플라스틱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조짐에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때 아닌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에게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최근 공지를 통해 "국제 정세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과 수급,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품절과 출고 지연을 안내했다.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과 맞물려 있다. 종량제봉투를 비롯한 비닐과 포장재는 나프타를 기초로 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지는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송 여건이 악화되면서 나프타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8일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중동 상황 장기화 가능성과 국제 유가 상승, 원유 수송 차질 등으로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생필품 전반의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저귀, 생리대를 비롯해 라면과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석유화학 기반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원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공급 차질이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조짐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점포에서 종량제봉투 판매 수량을 제한한 사례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수요 집중에 따른 개별 점포 차원의 대응일뿐 본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량제봉투 수급과 판매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 주요 통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매출은 전년 대비 생리대 6.2%, 봉지라면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뚜렷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생활용품 역시 일부 제품에서 원재료 상승 요인이 존재하긴 하나, 수급과 생산에는 차질이 없고 가격 인상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업계도 상황은 유사하다. 점포별·지역별로 수요 편차는 있지만, 아직까지 종량제봉투 공급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화장품도 나프타 수급의 영향권 안에 드는 품목 중 하나다. 화장품 용기와 포장재 등이 원료 수급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다만 현재로서는 공급망 관리 범위 내에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미 확보해놓은 원료 등이 있어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확보해둔 원료와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와 물류비 부담이 누적되며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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