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형 구조, 출입문 앞뒤 제한돼 화재 시 대피 불가능"
"스프링클러 노후·경보 무력… 안전 불감증 낳은 대참사"
[대전=뉴시스]송승화 기자 = 대전 대덕산업단지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수십 년간 방치된 노후 산업단지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23일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보니 인근 공장 건물들은 대부분 수십 미터 길게 늘어진 복도형 구조였다.
출입문은 건물 앞과 끝에만 있어, 불이 나면 중간에 있던 노동자들은 대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건물 구조가 너무 낡아 화재 시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모두가 알고 있었던 위험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장 외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낡은 철골 구조물, 샌드위치 패널로 덧댄 벽, 좁은 진입로와 제한된 출입문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쌓인 화학 원료는 관리가 허술했고, 위험물 보관 구역과 작업장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무엇보다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쉽게 번질 수 있는 구조였다.
특히 대덕산업단지에는 나트륨 같은 폭발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다수 입주해 있으며 화재가 난 안전공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소방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조차 노후화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화재 감지기와 비상벨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해 실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인근 공장 관계자는 "평소 오작동이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경각심은 낮아졌다. 경보가 울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쌓이다 보니 실제 화재 때는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덕산업단지에는 385개 업체와 4700여 명의 종업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재정비 사업'은 외형만 바꿨을 뿐, 근본적인 안전 인프라 개선은 외면했다.
낡은 건물, 허술한 대피 체계, 위험물 관리 부실, 밀집된 공장 배치, 그리고 무력한 소방시설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는 언제든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노후 산업단지의 방치가 낳은 비극이었다. 현장은 여전히 매캐한 냄새와 그을음으로 가득했고 인근 공장 노동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공장을 오가며 "언제 또 불이 날지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불길이 사라진 자리에는 단순한 피해 흔적만이 아니라, 노후 공단의 구조적 취약성이 남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대전 대덕산업단지 안전공업 화재는 지난 20일 오후 발생해 약 10시간 만에 완진됐으며, 사망 14명·부상 60명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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