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에서 셀카"… 동남아 뒤흔드는 '엔딩 비즈니스'

기사등록 2026/03/22 20:03:00 최종수정 2026/03/22 20:06:17
[논타부리=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시각) 태국 논타부리에서 열린 '데스 페스트(Death Fest)'를 찾은 한 방문객이 전시된 관에 들어가 누워보고 있다. 2026.03.22.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동남아시아에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사라지며 이를 산업화하려는 이른바 '엔딩 비즈니스'가 새로운 경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태국 논타부리에서 열린 장례문화 박람회 '데스 페스트' 현장에는 방문객들이 거리낌 없이 관 속에 들어가 누워보고 셀카를 찍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2대째 장례 비즈니스를 이끄는 비로즈 수리야세니는 "단순히 죽음을 애도하는 차원을 넘어 살아있을 때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디자인하려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개성을 중시하는 '창의적 마무리'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의 인구 지형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싱가포르는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기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태국은 8년 뒤 같은 길을 밟게 된다. 베트남(2049년)과 말레이시아도 가파른 노령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정 부담도 현실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30년 보건 의료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인 300억 싱가포르 달러(약 30조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인구 급감 여파로 2060년까지 태국에서만 1440만 명 규모의 노동력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공공 돌봄 체계가 인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노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샌드위치 세대'의 고통은 임계점에 달했다. 사회적 기업 '에이징 아시아'의 자니스 치아 대표는 "가족이 모든 돌봄을 짊어지는 기존 모델은 이미 붕괴 직전"이라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국에서는 20대 청년들이 직접 '죽음 계획자'를 찾아 나선다. 자녀나 직장이 없는 미래의 고립을 대비해 일찌감치 스스로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가를 '경제적 전환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뒤 박람회를 찾은 두앙폰 락사시리쿨은 "태어남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만큼, 가족과 죽음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 남겨진 이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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