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情景] 방탄소년단 광화문 광장 무료공연 성료…10만명 운집
물리적 광장 넘어 '디지털 공유지'로
전세계 190개국 거실 연결한 '서울'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시민·아미·서울시·정부·하이브·넷플릭스 협업
지난 21일 대한민국 역사의 중추인 광화문 광장은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무대를 통해 그 맥동을 증명했다. 이번 무대는 '축제와 통제'라는 불가피한 두 결이 만나, 현대 도시가 예술을 어떻게 '가장 안전하고도 장엄하게' 환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통제의 산문(散文)을 넘어 흐름의 시(詩)로
이번 공연의 핵심은 인파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도 음악과 축제 분위기가 얼마나 유연하게 흐르게 하느냐에 있었다. 경찰은 최대 26만 명의 인파를 예상했으나, 최종 집계된 10만4000명(하이브·서울시 추산)은 '밀도'보다 '깊이'에 집중한 결과였다. 수치상의 하락은 오히려 고도의 안전으로 치환됐다.
통제가 관리의 산문(散文)이라면, 그 안에서 만들어진 질서는 연대의 시(詩)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나 삼엄한 검문은 당연히 불편으로 읽힐 법 하지만, 광화문의 상인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시민의 배려 덕분에 안전으로 재해석됐다.
넷플릭스 독점 중계 역시 광장의 사유화라는 우려를 넘어, 광화문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전 세계 190개국 거실로 실시간 전송하며 '광장의 세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닫힌 광장이 아니라, '디지털로 무한히 확장된 광장'의 탄생이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광장의 너른 마당 미학을 이번에 가져오지 못한 건 분명 아쉽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서울 시민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인파 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분명 필요했다.
◆세계적 도심 공연의 계보를 잇다
성공적인 도심 공연은 늘 '장벽'을 '연결'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 2003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 폴 매카트니의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앞 대로변 무료 공연은 유적 보호를 위한 엄격한 통제를 '역사와의 공존'이라는 미학으로 승화시켰다. 무료 공연은 아니지만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밴드 'U2'가 202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펼친 콘서트는 공연장 내부의 비주얼을 도시 전체와 연동하며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다.
◆'웨일리언 52'의 주파수…보편적 치유의 공명으로
이번 공연이 성취한 가장 고결한 지점은 도시 인문학적 가치의 회복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웨일리언 52(Whalien 52)'를 통해 고립된 고래의 주파수를 노래했다. 그 외로웠던 52헤르츠의 울림은 이제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캔버스 위에서 '스윔', 즉 헤엄쳐 나가 거대한 공명(共鳴)의 바다를 이뤘다.
전 지구적 갈등과 상실의 시대에, 이번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첫 트랙인 '보디 투 보디'에 담긴 한국 고유의 정서 '아리랑' 선율은 더 이상 특정 민족의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경과 이념을 넘어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보편적 위무'의 언어였다.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10만 인파가 보랏빛 물결로 하나 된 장면은, 한국의 시민 의식이 예술과 만났을 때 어떤 경이로운 풍경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질서의 미학' 그 자체였다.
결국 도심 공연의 성공은 유연한 흐름에 달려 있다. "BTS가 광화문에서 공연하는 그림"을 위해 쏟아진 행정력과 시민들의 양해는, 결과적으로 '서울'이라는 브랜드에 가장 강력한 무형 자산을 덧입혔다.
현장을 지킨 공무원의 노고, 주말 영업의 불편을 견딘 자영업자, 그리고 그 질서의 주인공이었던 아미(ARMY)들의 사랑이 이 거대한 서사를 완성했다. 광화문의 밤을 밝힌 것은 아미밤의 빛보다, 타인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려 애쓴 그 사려 깊은 '흐름'들이라는 것을 아미도 시민도 안다.
광화문의 무대는 방탄소년단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말처럼 이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위적인 경계를 허물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우리 모두의 '공유지'였다. 노래는 특정 누군가의 점유물이 아니라, 그 선율에 기대어 오늘을 견디고 내일로 흐르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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