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400조 돌파 초읽기…증시 흔드는 '자금 블랙홀'

기사등록 2026/03/21 08:00:00 최종수정 2026/03/21 08:20:24

올 들어 84조원 넘는 자금 몰려

개인 투자자들이 자금유입 주도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400조원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ETF로 쏠리며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381조3296억원으로 집계됐다.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97조원이었지만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연초 이후 84조원이 넘는 자금이 추가로 몰렸다. 2020년 52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시장이 5년여 만에 7배 넘게 성장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여권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5대 과제로 제시했던 3차 상법 개정에 이어 주가누르기 방지법, 자본시장법(중복상장 제한, 의무공개매수 도입), 스튜어드십코드 강화(기관투자자 의결권 활성화), 이사 행위규범 가이드라인 보완 등을 속속 추진할 계획이다.

ETF 시장 확대는 주식시장 내 존재감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의 일평균 ETF 거래대금은 18조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의 약 58%에 달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이 비중이 70%까지 확대됐다.

주식 ETF 자금 유입을 주도 중인 주체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특히 '국내주식형 ETF', '퇴직연금계좌'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 81조원에서 139조원으로 58조원 증가했다. 반면 해외주식형 ETF는 78조원에서 97조원으로 19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절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퇴직연금시장의 양적 성장, 액티브 ETF 시장 확대,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등으로 ETF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재석 NH증권 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30년 약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퇴직연금에서 주식형 펀드 투자 규모는 10%대로, 미국·호주 등 주요 국가들의 주식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ETF 시장 급성장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ETF는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ETF로 유입된 자금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됐고,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의 규모가 커지며 시장 변동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개별 종목 주가의 변동성이 실적이나 전망보다 ETF 상품의 리밸런싱에 영향을 받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도 문제로 제기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유동성 종목의 경우 ETF를 통한 자금 유입과 환매가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충격으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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