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카이치 앞서 진주만 언급 논란…"유감" 비판도

기사등록 2026/03/20 15:45:49 최종수정 2026/03/20 15:53:25

트럼프, 이란 공격 질문에 진주만 언급

일본서도 불쾌감…"절대 해선 안 될 말"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하고 있다. 2026.03.20.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비열한 기습'의 상징처럼 기억돼온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꺼내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국이 과거 전쟁으로 맞섰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안을 일본 정상 앞에서 가볍게 언급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왜 동맹국에 이란 공격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기습을 원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누가 일본보다 기습을 더 잘 알겠나. 왜 나에게 진주만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하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집무실에서는 일순간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뒤로 기울이며 숨을 고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진주만 공습은 1941년 12월 7일 일본 해군이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의 진주만 해군기지를 기습 공격한 사건이다. 이 공격으로 미국은 전함 여러 척과 항공기 다수를 잃었고, 미군과 민간인을 합쳐 2400명 안팎이 사망했다.

당시 일본은 선전포고 의무를 명시한 국제법을 지키지 않았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습 이튿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이를 "비열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진주만 공습은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비열한 기습'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진주만=AP/뉴시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6년 12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인근 히캄 기지 필로 부두에서 연설한 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에서 살아남은 노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6.03.20

양국이 과거 전쟁으로 맞섰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안을 일본 정상 앞에서 가볍게 언급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해 가혹하게 말하는 것을 피해 왔고, 대신 2차 대전 이후 변함없는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고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정책연구센터의 미레야 솔리스 소장은 NYT에 이번 발언에 대해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라며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일 양국을 결속시키는 공동의 비전을 강조하는 것이지, 분열적인 과거나 전쟁의 갈등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 교수는 이날 TV아사히 프로그램에서 "이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도 괜찮지 않았느냐' 같은 말까지 하기 시작할지 모른다. 일본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적절히 반박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직 외교관 다나카 히토시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가 '진주만 농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데 대해 "기이하고 민망하다"고 적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전직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회담의 공개 부분은 매우 잘 진행됐지만, 진주만 공격에 관한 코멘트는 유감이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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