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500원 돌파…글로벌 강달러 속 원화 약세
유가 급등에 기대 인플레 상승…채권시장 변동성↑
당정 국채 바이백 카드 거론…외환당국 "시장 상황 점검"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하고 국고채 금리도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카드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넘어선 뒤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97.5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외환시장은 원화뿐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구두개입 등 여러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놨지만 환율은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상태다. 여기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전망 등이 환율에 반영된 가운데, 중동 사태까지 겹치며 달러 강세 흐름이 한층 강화됐다.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에도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필요할 경우 구두개입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외환당국은 글로벌 강달러 국면에서 구두 개입의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일단 시장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구두개입은 단기간 환율 급등 등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이뤄진다.
중동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변동성도 커지는 추세다. 유가 급등세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채권시장 약세가 나타났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약 20~3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8bp 하락한 연 3.300%에 장을 마감했다. 당정이 채권 시장 안정조치를 언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전날 고유가 대응을 위한 협의에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국고채 바이백(재매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고 있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국채 금리의 안정이 시급하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3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했고, 필요하면 재정당국에서 국고채 바이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당국은 전날 국고채 금리가 내린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음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채권자금 유입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가 물가 상승 전망으로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의 경우 시중에 풀린 국채 물량이 빠르게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채 발행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약 3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국채 발행 잔액은 2024년 1127조원에서 지난해 1250조6000억원으로 123조6000억원 늘었고, 올해 2월 기준으로는 13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재정경제부는 매주 이형일 1차관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다만 이번 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는 확대 회의로 격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도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외교부와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중동 상황과 대응 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