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0가구 단지에 전세 매물 4건뿐…세입자는 갈 곳이 없다[르포]

기사등록 2026/03/08 06:00:00 최종수정 2026/03/08 07:54:21

"전세 물건이 없어요"…서울 성북구 전세 매물 급감

세금·대출 규제에 실수요 몰려 단지 마다 전세 품귀

"올해 입주 199가구 그쳐…전세난 단기 해소 어려워"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 정보. 2026.03.0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물건이 아예 안 나와요. 여기는 단지도 크고, 지난 봄만 해도 전세 매물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 6일 방문한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의 말이다. 45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돈암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현현재  전세 매물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성북구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4515 가구의 한신한진아파트는 전세 4건, 월세 3건의 매물만 등록돼 있다. 인근 성북구 하월곡동 2197가구 대단지인 월곡두산위브 역시 전세 2건, 월세 2건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한신한진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는 "세금 부담에 집주인들은 집을 팔려 하지 전세나 월세를 굳이 내놓지 않는다"며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한신한진에서도 전세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 다른 곳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감소는 여러 정책과 시장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데다 전세대출 한도가 축소됐고,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에 따라 집주인이 매도에 나서며 시장에 나온 전세 물건이 줄었다. 

아실에 따르면 성북구 전세 물건은 1년 전 1431건에서 현재 139건으로 90.3% 급감했다. 반면 매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지난 1월23일 이후 1616건에서 2313건으로 43.1% 증가했다.

성북구가 서울 내 대표적인 중저가 주거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어 실수요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다.

월곡두산위브 인근 중개업소는 "성북구는 가격이 저렴해 대출 규제로 현금 동원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수요가 높은 곳"이라며 "그러나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실거주 목적이 커서 집주인들은 집을 비워줘야 해 전세 내놓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이동이 어려워진 점도 전세난을 키우고 있다. 다른 지역 역시 전셋값이 올라 세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근 한 중개업소는 "다른 곳도 전셋값이 다 올라, 갈 곳이 없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만기를 채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 감소로 전세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3월 첫째 주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북구 전세가격은 0.17% 올라 서초구(0.20%)에 이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폭 2위를 기록했다.
 
 성북구 전세난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3월 2840가구 규모의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를 끝으로 대규모 입주 물량이 끊긴 상태다. 올해 성북구에서 입주를 앞둔 단지도 199가구 규모의 '보문센트럴아이파크'가 유일하다.
 
다음 대규모 공급은 2027년 3월 입주 예정인 1637가구 규모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다. 실제 공급까지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아 있어 단기간 내 전세난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일선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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