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튀르키예의 '사중고'…나토·난민·경제·쿠르드족

기사등록 2026/03/06 16:13:49 최종수정 2026/03/06 17:16:24

나토 회원국이자 이란과 국경 접해

[헤이그=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지리적으로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튀르키예가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토(안보)·난민·경제·쿠르드족이다.

◆나토 동남부 최전선…불똥 튈까 조마조마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중동과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확대될 경우 나토의 남동부 전선에서 튀르키예의 역할과 부담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일 튀르키예로 미사일이 날아들면서 자칫 나토까지 전쟁에 개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당시 미사일은 이라크와 시리아 상공을 통과해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로 향하다 나토 방공망에 요격됐다.

이곳은 미국 공군과 핵무기가 배치된 인지를릭 공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튀르키예는 또한 이란 접경 지대에 미국이 운영하는 나토 레이더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상호방위조항(5조)를 발동시켜 32개 회원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란은 자국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고위 인사 수십명이 사망한 이후 '모자이크 방어' 체계가 가동됐다. 각 지역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분산형 전략으로, 지역 사령관의 독단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친(親)이란 세력, 혹은 전쟁을 확대하려는 또 다른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다행히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조약 5조를 즉각 발동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사태는 일단락된 상태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나토 주요국들이 '방어' 목적의 군사 전력을 걸프 지역에 파견하고 미군에 자국 군사기지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언제든 상황은 재점화될 위험이 있다.

[카피코이=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이란에서 대피한 사람들이 튀르키예 동부 반주 카피코이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후 주변에 모여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란 사람으로 알려졌다. 2026.03.06.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중동과 세계 모두의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협상 재개를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현재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나토 동맹국 간 방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란 인구 9300만명…난민 대거 유입 가능성

전쟁이 격화하면서 튀르키예는 이란 난민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미 시리아인 300만 명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인 수십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튀르키예와 이란의 540㎞ 국경은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산악 지대는 눈에 덮여 있어 현재 피난처를 찾는 이란인은 적다. 그러나 국제관계 전문가 솔리 외젤은 "이란 정권이 붕괴하고 혼란이 뒤따른다면 수백만 명이 탈출할 수 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인구는 2300만 명이었지만, 이란 인구는 9300만 명에 달한다"며 "이는 튀르키예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튀르키예군이 통제하는 이란 내 '안전 지대'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이 보도를 일축했지만, 당국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이란 난민의 유입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공포…정치·사회 잠재적 위협

튀르키예 경제는 이미 30%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부의 긴축 조치로 휘청이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은 이러한 노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소스 파트너스의 정치 분석가 아틸라 예실라다는 "튀르키예 인플레이션은 통제되지 않고 있고, 유가는 이를 더 부채질한다"며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인플레이션은 약 1%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이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어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618tue@newsis.com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정치적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예실라다 연구원은 "연초의 완만한 임금 및 물가 인상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할 것"이라며 "이는 잠재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과거 중동에서의 미국 전쟁에 대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를 내전으로 몰아넣었고, 이는 튀르키예 접경지 경제를 황폐화시키고 광범위한 안보 문제로 이어졌다.

◆쿠르드족 지상전 투입 주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쿠르드 무장세력의 지상전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르드족은 이란 서북부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북부에 밀집해 있으며 일부 무장 조직은 이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과거 중동 분쟁에서 쿠르드족을 지상군 파트너로 실제 활용한 사례도 있어 우려가 커진다.

이는 튀르키예에 민감한 문제다. 튀르키예는 자국 내 분리주의 운동과 연계된 쿠르드 무장조직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쿠르드 세력이 이란 전쟁에 개입할 경우 튀르키예 안보 이해와도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이 경우 튀르키예는 외교적 중재와 안보 대응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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