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후 후계 절차…정권 통제력 유지
유럽·아랍 당국 "정권 붕괴·이탈 징후 아직 없어"
전문가 "이란 다층 지휘체계로 버텨…장기전 대비"
5일(현지 시간) 워싱턴소프트(WP)에 따르면 유럽과 아랍권 관계자들은 중동 전쟁이 6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이란 내부에서 정권 붕괴나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테헤란에서는 후계자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란 관리들은 이란이 이번 분쟁을 사전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부 제거 공격에도 불구하고 지휘 체계가 상당 부분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초 공격을 당한 이후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 카타르, 바레인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또 분쟁 발발 이후 이란 국내에서는 도시 거리 곳곳에 보안 병력이 증강 배치됐고, 바시지 민병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란 고위 지도자들이 대부분 사망했으며 통치위원회 역시 사망하거나 실종됐거나 벙커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습으로 미국이 교체 대상으로 고려했던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과 아랍 정보 당국의 평가는 다르다. 한 유럽 고위 관계자는 "체계에 균열이 생기거나 이탈하는 징후는 전혀 없다"며 "통제는 완벽하다”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 역시 전쟁 초기 며칠 동안 대규모 봉기나 권력 이탈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권의 통제력이 유지되는 이유로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구축된 '다층적 지휘체계'가 꼽힌다. 핵심 인물이 사망하더라도 즉시 후임을 임명할 수 있도록 여러 후보를 미리 지정해 권력을 분산하는 구조다.
실제로 공습으로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이 사망하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곧바로 마지드 에브넬레자를 국방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후 에브넬레자가 후속 공습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란 당국은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보안 통제도 강화됐다. 경찰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지 민병대가 도시 곳곳에서 순찰을 강화했고, 인터넷은 사실상 전면 차단된 상태다.
군사적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나흘 동안 이란 내 2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이스라엘 방위군도 4000발 이상의 무기를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이란이 상당히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정권의 물리적 시설은 파괴되고 있지만 체제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 역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란 군부대)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 군 지휘관들은 교체됐고, 최고 지도자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곧 교체된다. 모든 상황이 순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란 최고 지도자의 후계자 선출에 대해선 "많은 소문이 있지만 결국 누가 선출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차기 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다.
유럽 관계자들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이기기는 어렵지만, 비대칭 전력을 통해 피해를 누적시키며 장기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이 정권은 오래 지속되도록 설계됐다"며 "순순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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