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철퇴①] 기술독립으로 이뤄낸 'K반도체 신화'…산업기술 유출은 '최다'

기사등록 2026/02/28 09:10:00 최종수정 2026/02/28 09:18:24

최근 5년 산업계 기술유출 피해액 23.3조원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등 전략산업 피해

"솜방망이 처벌 이어져…처벌 수위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윤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세계 1위 K반도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CXMT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25.12.2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 기술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기술을 유출해도 대부분이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 선고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2025년 한 해 동안 기술 유출 범죄 179건을 적발해 378명을 검거했다.

이 중 해외 유출 사례는 반도체가 5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4건), 이차전지(3건), 조선(2건)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집중됐다. 유출 국가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베트남 4건, 인도네시아·미국 각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핵심 반도체 기술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유출돼 관련자들이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창신메모리 '1기 개발팀' 개발실장이자 한국 삼성전자 부장 출신이었던 A씨, 투자담당이자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었던 B씨는 2016년 9월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인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불법취득하고 D램 개발에 부정 사용했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당시 세계 유일의 10나노대 D램 공정기술로, 수백 단계의 공정정보가 기재된 핵심 정보였다.

2016년 5월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각 공정별로 삼성전자 핵심인력을 영입, 단기간 내에 D램 개발을 완성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창신메모리가 몰래 빼돌린 기술로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전세계 점유율 변화를 근거로 추정한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액은 5조원 상당이다.

검찰은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향후 국가경제에 발생하는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가첨단전략기술인 전고체 전지를 포함한 이차전지 핵심 기술을 빼돌린 외국인도 최근 검거됐다.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는 국가 첨단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외국인 A(34)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4월 사이 해외 협력사 영업 총괄을 지내며 피해 회사의 부장급 연구원인 B(53)씨로부터 최소 2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고 그 대가로 피해회사의 전고체 전지 관련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전고체 전지를 포함한 일부 기술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한다.

이같이 핵심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이어지면서 최근 5년간 산업계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의뢰로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간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5년 6월) 해외로 유출된 산업기술은 11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은 33건이고, 이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는 약 23조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유출은 특히 반도체(38%),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등 국가 전략산업에 집중됐다.

산업계는 기술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산업스파이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처벌해 왔다. 이 법에 따르면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시 최대 15년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이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 선고에 그쳤다.

산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 기술 유출은 국부(國富)를 유출하는 것인데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조금만 버티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효과가 생겨 이러한 일들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그간 산업기술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2023년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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