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하루 앞두고 서울역·고속터미널 인파 몰려
캐리어·선물상자 한가득…들뜬 표정 속 지친 기색도
"4개월 만에 부모님" "고갈비 먹고 싶어" 저마다 설렘
[서울=뉴시스] 조성하 조수원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후. 용산구 서울역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로 평시보다 붐비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기 의자는 물론 역 내 카페 좌석도 이미 만석이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대형 안내 스크린 앞에 서서 출발 시간을 확인하며 열차를 기다렸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은 한 손엔 아이를 잡고 다른 손엔 캐리어를 끌며 분주히 이동했다. 대부분 들뜬 표정이었지만, 대기 시간에 지친 듯 의자에 앉아 몸만 한 백팩을 끌어안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우모(29)씨는 양손에 과일 상자를 들고 있었다. 우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취업까지 오래 걸렸는데, 취업 후 처음 내려가는 설이라 이것저것 챙겼다"며 "아빠, 엄마, 외할머니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며 우씨는 "가자마자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밥부터 먹고 싶다. 고갈비가 제일 생각난다"고 웃었다. 이어 "부산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날 계획"이라며 "명절마다 부산 갈 때만 보는데, 이번에도 밤늦게까지 놀 것 같다"고 했다.
군복 차림의 장병들도 눈에 띄었다. 강릉에서 휴가를 보내고 가평 부대로 복귀 중이라는 김모(22)씨는 "설 전에 나와 부모님을 뵀다. 4개월 만에 나온 거라 더 반가워하셨다"며 "이번 연휴엔 그냥 푹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 6명과 함께 대구로 향한다는 김모군은 "서울에서 잠시 자취하며 연기 준비를 하다 집으로 내려간다"며 "부모님이 설 맞춰 오랜만에 오는 걸 반가워하실 것"이라고 했다.
부산으로 향하는 60대 자매도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가 97세라 명절마다 찾아뵙는다"며 "딸들이 많아 한 달에 한 번은 내려가지만, 명절에는 대가족 14명이 모인다"고 말했다. 동생은 "오랜만에 가족을 보니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풍경도 비슷했다. 영동·경부선 탑승 대기실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버스 시간을 재확인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일부는 눈을 감은 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분홍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의 캐리어가 줄지어 이동했고, 대형 캐리어에 백팩까지 더해진 짐을 끄는 모습도 보였다. 스팸 선물세트와 보자기에 싼 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버스로 향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이라는 강모(25)씨는 "천안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댁도 방문할 계획"이라며 "대학이 방학이라 연휴가 크게 체감되진 않지만 그래도 길어서 좋다"고 말했다.
천안으로 향한다는 직장인 김하정(24)씨는 "집에 가서 제사 음식을 도와야 한다"며 "설 당일엔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웃었다.
통영으로 내려가는 직장인 김미란(37)씨는 "동생이 결혼한 지 1년이 안 돼 이번엔 제부와 함께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부모님 근황이나 요즘 사회 이야기 등을 나누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역에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벌어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장연은 귀성객들에게 '색동원은 거주시설 인권참사' 손팻말을 보이며 "이재명 정부는 탈시설 지원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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