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브레인' 탈출용 유료 서비스 인기…중국 감정 경제 430조원 규모
[서울=뉴시스]문준호 인턴 기자 =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이른바 '러브 브레인(Love-brained)'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낯선 이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독설을 듣는 중국 청년들의 기묘한 풍속도가 확산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SNS를 중심으로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호된 꾸지람을 퍼붓는 '독설 상담'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인플루언서 '타오짜이'는 연애 문제로 이성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건 업보다", "파리니까 오물에 꼬이는 것"이라며 거침없는 폭언을 쏟아낸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공개 모욕'에 가까운 방송에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타오짜이의 팔로워는 200만 명에 달하며, 우선 상담권 등이 포함된 1년 멤버십 비용은 1800위안(약 34만원)에 달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잠 깨우기 독설' 서비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30분 전화 통화에 60위안(약 1만1000원) 수준으로, 한 달에 3000건 이상 판매되는 상점도 등장했다. 한 구매자는 "전문 상담사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며 "30분간의 질타가 전 연인을 잊게 해준 각성제가 됐다"고 후기를 남겼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마조히즘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장융 우한과학기술대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됐을 때는 스스로 성찰하기 어렵다"며 "독설과 같은 강한 외부 피드백이 오히려 자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감정 경제(Emotional Economy)'의 급성장과 맞닿아 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의 감정 경제 시장 규모는 2024년 2조3000억 위안(약 430조원)에 달했으며, 2029년에는 4조5000억 위안(약 84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행하는 괴물 인형 '라부부(Labubu)' 열풍이나,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산 '우는 말 인형'의 인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청년들이 실용적인 소비를 넘어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고 치유하는 상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감정 코치들이 잘못된 연애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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