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더 로즈:컴 백 투 미' 이유진 감독
한국계미국인 데뷔작 '프리 철수 리' 주목
두 번째 다큐영화 밴드 이야기로 돌아와
"나처럼 이 영화 통해 위로 받길 원한다"
"비주류 그들만의 커뮤니티 만드는 과정"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들의 여정이 많은 분에게 치유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철수 리'(2023)를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중국 갱단 두목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 받은 한국계 이민자 이철수에 관한 얘기였다. 이 작품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고, 이듬해 미국 뉴스·다큐멘터리 에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역사다큐멘터리상을 차지했다.
'프리 철수 리'를 공동연출한 이유진(41) 감독이 새 다큐멘터리 영화로 돌아왔다. '더 로즈:컴 백 투 미'(2월14일 공개)다. 이철수 구명 과정을 통해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와 그들의 인권운동을 조명했던 전작과 비교하면 '더 로즈'(The Rose)라는 밴드에 관해 얘기하는 신작은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작품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감독은 "차이점보단 오히려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밴드의 얘기를 따라가다보면 '프리 철수 리'를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더로즈는 2017년 8월에 데뷔한 한국 밴드. 김우성·박도준·이태겸·이하준으로 구성된 이들은 그런데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말하자면 외국에서 유명한 걸로 유명한 밴드라고 할까. 북미·유럽·남미 등에서 먼저 주목 받은 이들은 한국 밴드 최초로 2024년엔 코첼라 밸리 뮤직&아트 페스티벌 무대에 설 정도로 그들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코첼라에 가기까지 과정이다. 더로즈는 K팝 시스템 안에서 아이돌밴드로 육성되다가 그 체제를 박차고 나왔고,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며 밑바닥부터 수련 과정을 거쳤으며, 소속사와 소송도 불사하며 동료와 음악을 지키려 했다. 그리고 멤버마다 각기 다른 아픔을 겪고 견디면서도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그것으로 팬과 소통하며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듣는 이들까지 힐링했다.
"물론 전작은 운동에 관한 영화이고, 이번 작품은 음악과 뮤지션에 관한 얘기죠. 하지만 약자의 이야기라는 점은 똑같습니다. 개인이 시스템과 싸우는 이야기랄까요. '프리 철수 리'는 당연히 그런 영화이고 '더 로즈' 역시 주류 시스템 바깥에 있는 밴드가 역경을 딛고 성장해가는 이야기죠."
이 감독은 '프리 철수 리'와 '더 로즈' 모두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담겼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라고 했다. "'프리 철수 리'가 그리는 사건은 미국 내 아시안 커뮤니티가 처음으로 생기는 과정이었습니다. 더로즈의 성장 역시 그들이 그들만의 팬덤 다시 말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한국계 미국인 이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한국 록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삐삐밴드·크라잉넛 등 1990년대에 나온 밴드를 좋아했다. "이들 역시 당시 한국 음악 시스템 바깥에 있는 이들이었죠." 이 감독은 록 음악 뿐만 아니라 K팝도 좋아했다. 하지만 더로즈라는 밴드가 있다는 건 몰랐다고 했다.
"제작자에게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안 받고 처음 알게 됐습니다. 더로즈는 정말 숨김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밴드였어요. 그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게다가 이들은 정직했습니다. 연예인이 정직하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더로즈가 특별하게 느껴진 겁니다.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영화에 담으면 되겠다고 판단했죠."
이 감독이 더로즈를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한 건 2023년 10월부터였다. 더로즈 멤버 인터뷰와 그들의 공연 모습 등이 담겼고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휴대폰 등으로 찍어놓은 영상도 활용했다. "도준이가 준 영상 용량만 2TB였어요.(웃음) 워낙 많아서 다 쓸 순 없었죠." 그리고 이 감독은 더로즈가 2024년 4월 열린 코첼라에 초청돼 이 무대를 준비하고 실제 공연하는 모습까지를 모두 담아냈다.
"더로즈는 힐링이 모토인 밴드입니다. 더로즈를 담아가면서 저 역시 힐링 됐어요. 저는 교포로서 우리 문화를 계속 붙잡으려고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죠. 한국 문화, 한국 밴드가 한국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통하는 것 자체가 제 정체성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분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더로즈는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소속 밴드다. 이 기획사는 2000년대 중후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힙합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 멤버 프로그레스 등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다. 이 영화 내엔 파이스트무브먼트가 당시 활동 중에 느낀 아시안아메리칸의 한계를 더로즈를 통해 극복해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로그레스 포함 파이스트멤버는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이 감독은 더로즈가 미국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문화적 선을 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아직 선이 있어요. 이건 K팝이 세계화 된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시안이 힙합을 할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처럼 '아시안이 밴드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은 아직도 있으니까요. 이 선을 완전히 넘어가는 건 아직 먼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더로즈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내용은 계속 한인 커뮤니티에 관한 것이길 바란다고도 했다. "제 딸이 7살입니다. 앞으로 제 딸이 자신의 문화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또 다른 문화들과 연결하면서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희 같은 사람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바뀌어야겠죠. 그 시선을 바꿔가는 영화를 만드는 게 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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