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신뢰 붕괴" 국회도 '빗썸 사고' 성토…기본법 '규제' 기조에 힘 실리나

기사등록 2026/02/07 20:14:31

여야 모두 거래소 내부통제 비판 …"감독 강화해야"

당국, 전수 점검 착수…업계 "과잉 규제 우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 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오지급 사고로 정치권에서도 거래소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입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번 사고의 여파가 단순한 전산 오류를 넘어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확산하며,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논의가 진흥이 아닌 고강도 통제와 규제 강화로 선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이후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통제와 장부 관리 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철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빗썸의 '유령 코인' 사태는 단순 전산 오류가 아닌 '무차입 공매도'와 다를 바 없는 시장 교란 행위"라며 "거래소 내부 시스템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망가뜨리고 투자자의 자산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구조적 결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여당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지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거래소의 전산 오류 하나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없다"며 "거래소 전반의 내부통제 기준과 전산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감독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치권의 기류 변화가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에 규제 강화 기조를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투자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본법은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업권법 성격으로 시장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에 목적이 있다.

당초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연말을 목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 상장 심사 기준 통일 등을 골자로 한 기본법 입법을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대주주 지분제한율' 문제를 두고 여야 이견뿐만 아니라 업계 반발이 거세지며 논의는 해를 넘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빗썸발 악재로 거래소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며, 논의의 핵심이 법안의 본래 목적이었던 시장 육성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고강도 통제에 초점을 두고 진행될 것이란 우려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규제안을 고수해 온 당국의 기조에 명분을 실어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은 이미 이번 사고에 따른 긴급대응반을 구성하고 빗썸뿐만 아니라 거래소 전반에 대한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심각한 만큼 그 여파를 주의 깊게 보고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법 입법 과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과실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하되, 이것이 산업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과잉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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