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 의혹에 셀프연임 논란까지…KT 이사회 책임 시험대

기사등록 2026/02/08 08:00:00 최종수정 2026/02/08 08:28:24

KT노조, 도덕성 문제 의혹 이사 지적 이후 후 조치 부재 비판

이사회 전원 사퇴로 책임 수위 높여…이사회 '평가 시스템' 도입 요구

9일 이사회 개최 앞두고 책임 판단 여부에 주목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KT가 4일 이사회를 열고 무단 소액결제 사고 관련 전 고객 대상 유심(USIM) 교체 여부 및 김영섭 대표 거취를 결정한다. KT는 이날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추진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4일 서울 종로구 KT 본사의 모습. 2025.11.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KT노동조합이 잇따라 이사회 책임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조만간 열릴 KT 이사회에 이목이 쏠린다. 일부 이사의 도덕성 논란을 계기로 시작된 문제 제기가 이사회 운영 전반과 책임 구조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7일 KT에 따르면 오는 9일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특정 사외이사의 도덕성 의혹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가 단순한 인사 안건 처리를 넘어 최근 불거진 이사회 책임 논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특정 개인 넘어 이사회 책임"…'전원 사퇴' 압박 커져

KT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사회 전원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앞선 성명에서는 일부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하거나 특정 회사에 대한 투자를 종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이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회사 내부에서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점검이 이뤄졌다는 정황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이사회 차원의 판단이나 조치가 뒤따르지 않자 노조는 이사회가 집단적 의사결정 기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제기 수위를 높였다.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책임 정리나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사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가 이사회 전원 사퇴라는 강경 입장을 나타낸 것은 집단적 책임 주체로서 최소한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 안팎에서는 "전원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문제 제기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 셀프 연임 논란에 겸직 위반 검증 실패…"권한은 확대, 책임은 공백"

논란을 키운 또 다른 지점은 이사회 구성과 검증 과정이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4인에 대해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 거친 뒤 전원을 재추천했다. 이 결정으로 해당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2028년까지 연장됐고 이 과정에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이사회의 검증 기능 부재를 드러낸 사례로 거론된다. 앞서 뒤늦게 겸직 위반으로 특정 임원이 뒤늦게 퇴임한 사례 역시 이사회가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 검증과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조는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이 심각하게 불균형한 구조를 지목한다. 대표 선임과 인사·조직 권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이사회 스스로의 판단과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검증하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이사회도 평가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는 부패한다"고 지적했다. 감시·견제 기구인 이사회가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구조로 방치하면서 도덕성 논란과 검증 실패가 누적됐다는 문제 의식이다.

◆ 차기 CEO 선임 이후 경영 공백 관리…이사회 책임론 부각

노조는 이사회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후에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KT는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으로 이사회가 차기 대표를 결정하더라도 주주총회 승인 전까지는 불가피한 과도기 국면을 거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경영권 교체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인식이다.

다만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로 박윤영 사장을 선임한 주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외부 영향력 논란이 반복됐던 것과 달리, 이번 선임은 비교적 잡음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 역시 차기 대표의 자질이나 선임 과정 자체를 문제 삼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노조는 차기 대표 선임 이후 이사회의 행보를 문제 삼고 있다. 노조는 이사회가 경영 안정과 조직 안착을 지원하기보다는, 인사·조직 권한을 틀어쥐거나 자리 보전과 사익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11월 고위 임원 인사를 타진했으나 이사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이사회는 부문장급 인사와 주요 조직개편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묶는 규정 개정을 단행했다.

CEO 고유 권한으로 여겨져 온 인사·조직 권한이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묶이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옥상옥 구조'와 '경영 독립성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도 이에 대해 이사회가 권한만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 속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변수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KT에 대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전환하고 KT를 '비공개 대화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 주주권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선임 과정 전반에 대해 대주주 차원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 KT 관계자는 "핵심은 일부 이사의 부적절한 행위 의혹도 있었지만, 그런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이사회가 집단적 책임 주체로서 아무런 판단이나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대표 선임 이후 과도기 국면에서 경영 안정과 책임 정리에 나서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인데 지금은 그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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